대구 경신고등학교의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포기 소식이 지역 교육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대구시교육청과 경신고 등에 따르면 최근 경신고를 운영하는 경신교육재단 이사장이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을 만난 자리에서 자사고 운영을 포기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신고는 자사고 지정 이전부터도 두드러진 진학 실적으로 이름을 날려온 학교. 학교 인근 부동산 가격도 덩달아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교육계에서는 이사회 등 절차가 남았지만 경신고가 일반고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 경신고는 내년 2월 자사고 지정 기간이 끝나는 대건고, 경일여고와 함께 올해 상반기 운영 성과 평가를 받은 뒤 자사고 재지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자사고는 기존의 자립형사립고보다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해 교육과정, 교원 인사, 학생 선발 등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학교 모델. 정부 지원 없이 등록금과 재단 전입금으로 운영되며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 수준까지 받을 수 있다.
경신고가 자사고 운영을 포기하는 이유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오가고 있다. 이 가운데 경신교육재단이 학교에 지원해야 하는 법정 전입금을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에 무게를 싣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고교 관계자는 "매년 3억원씩 5년간 최소 15억원을 법정 전입금으로 내야 하는 등 재단 재정에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며 "현 이사장이 선대 이사장처럼 자사고 운영에 강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신고의 자사고 포기 결정에도 계성고, 경일여고, 대건고 등 지역 다른 3개 자사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달서구 한 고교 관계자는 "최근 4년간 신입생 유치 결과와 진학 실적 등을 고려할 때 경신고 외에 3개 자사고가 수성구의 유명 일반고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얻었다고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경신고가 자사고 운영을 포기한다고 해서 수성구에서 성적이 좋은 중학생들이 다른 자사고에 지원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했다.
반면 경신고 인근에 몰려 있는 수성구 일반고들로선 이 같은 소식이 반가울 수 있다.
수성구 한 고교 관계자는 "일반고는 추첨 배정을 통해 신입생을 받는데 경신고에 지원하려던 우수 중학생을 나눠 받게 되면 아무래도 대학입시에서 좀 더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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