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예나 지금이나 부모에 버금가는 존재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스승을 어기거나 등지는 일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조선을 관통한 윤리의 틀은 삼강(三綱)이다. 이를 어길 경우 '강상죄'(綱常罪)로 무겁게 다스렸다. 군신과 부자간, 부부간 도리를 규정한 세 뼈대가 삼강이지만 스승에 대한 예 또한 다르지 않았다.
시대가 바뀌고 세태가 달라지면 가치와 권위의 틀도 움직이기 마련이다. 역설적이게도 문자 해독력이 커짐과 비례해 스승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학교의 권위도 차츰 떨어졌다. 시대를 벗어난 일방적인 윤리에 대한 거부감이 그 배경이지만 온갖 교육비리 등 구조적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스승과 학교의 가치는 충실한 '교육'에서 출발한다. 가르치고 기른다는 의미다. 스승은 학생에게 위엄을 갖고 제자는 스승을 공경히 대한다는 '사엄생경'(師嚴生敬)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흙으로 질그릇을 빚고 쇠를 불려 연장을 만들지 못한다면 교육은 그 가치를 잃고 만다. 아무리 자식 교육이 황금 천냥보다 낫다지만 가르침이 부족해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교육의 위상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교육에 대한 의식 변화의 사례를 일부 대학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수원대 학생 50명이 학교 법인과 이사장, 총장을 상대로 한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이겨 위자료 명목으로 등록금 일부를 돌려받게 됐다. 수백만원의 등록금을 받고도 학교가 교육환경 개선을 게을리해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에 법원이 손을 들어준 것이다. 등록금은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전제로 지불한 대가다. 등록금이 학생을 위해 쓰이지 않고 학생이 정당한 교육의 혜택에서 배제된다면 계약은 성립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부실한 학교 운영으로 학생에게 피해를 주었다며 경북외국어대가 1인당 100여만원씩 지급하라고 결정한 대구지법 판결에 이어 두 번째다. 운영난을 이유로 2013년 대학이 문을 닫자 재학생 245명이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이제는 학교가 교육 본연의 역할을 못하고 피교육자에게 피해를 줄 경우 여지없이 책임을 묻는 시대다. 이는 일부 교육장사꾼들에 의해 학교가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빚어진 결과라는 점에서 교육 현장의 현실이 어떤지를 말해준다. 배움이 부족하다는 말에 앞서 가르침이 모자라지는 않는지 따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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