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개통한 고속철도 KTX. 시속 300㎞로 달리는 속도 혁명을 통해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었고, KTX 개통 이후 국민의 생활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KTX 정차역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고 관광지가 생겨났으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수도권 집중 현상과 지역 간 정보 격차를 완화,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KTX가 정차하는 도시들의 장밋빛 기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불만족스런 업무형태로 인해 당초 기대만큼 KTX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이용객들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KTX 이대론 안된다
포항의 경우, 지난 2일 서울을 잇는 KTX가 공식 개통되면서 역사적인 KTX 시대를 맞았다. 5시간 20분 걸리던 새마을호보다 3시간이나 빠르게 서울과 포항이 연결됐다.
하지만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제 막 한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속단하기는 힘들지만 황금알을 낳을 줄 알았던 KTX의 개통이 오히려 불편한 '계륵'과 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우선 열차 운행횟수와 배차간격이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포항역은 당초 예상인원보다 1천여 명이 많은 하루 평균 4천300여 명이 이용하면서 입석을 이용하는 승객까지 생겨나는 중이다. KTX 증편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2~3시간에 달하는 배차간격은 이용객들의 발길을 신경주역이나 동대구역으로 돌리게 하고 있다.
◆실망스러운 코레일'한국철도시설공단
역사의 편의시설에 대한 지적과 민원은 개통 이후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포항역의 안일한 대응이 오히려 불편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은 지난 23일 자 본지의 'KTX 포항역 이게 뭡니까?'라는 기사와 관련, 승객 편의를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 등은 KTX 포항역 개통에 따른 이용객들의 불편 사항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치하는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코레일 등은 실제로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다. 부설 주차장 부족과 관련, 주차장 면수는 관련법인 도시교통정비 촉진법에 따라 포항시와 협의한 뒤 설치한 것으로 역사 건축 연면적에 따른 법정주차 대수인 90대보다 더 많은 주차 면수를 확보했다는 것. 코레일 등은 또 포항시가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추가로 투입하고 승용차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효율적인 주차장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책임을 오히려 포항시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KTX 효과 그냥 거두는 것 아니다
KTX 포항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계교통망 확충과 함께 경북 동해안을 연계한 관광 상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KTX 포항역세권의 순조로운 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통인프라 구축과 함께 철도 관광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포항시를 비롯한 지자체와 함께 코레일'한국철도시설공단의 적극적인 역할도 필요하다.
지난 2011년에 발표한 한국교통연구원의 '경부고속철 완전개통의 사회경제적 효과분석'에 따르면 KTX 신경주역 개통으로 159만 명의 신규 관광객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18조원에 달하는 코레일의 부채감축을 위해서라도 고수익 관광사업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KTX 포항역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경북 동해안권이 발전할 수 있는 거점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연계교통망 구축과 함께 코레일의 지역특화 관광 상품 개발을 통한 적극적인 수요확충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
◆상생방안 빨리 찾아야 한다
포항시는 포항KTX 불편과 관련, 지난 20일 포항역에서 포항역장과 코레일 관계자, 그리고 버스 및 택시기사 등과 함께 현장 희망데이트를 가졌다. 포항시는 이 자리에서 시민들의 불편사항과 KTX 교통개선 등에 대해 논의하고 코레일'한국철도시설공단 측과 적극적 해결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긴 배차간격을 줄이기 위해 오는 6월 노선 개편 때 KTX 증편 요구를 하고, 주차장 출차대기시간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 출구 1곳을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무인정산기 운영 등 편의시설 개선, 버스 및 택시 등 연계 대중교통수단 마련 등의 조치도 검토하기로 했다.
포항시는 논의된 불편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 KTX 증차 등 철도와 역사 편의시설 관련 사항은 코레일'한국철도시설공단과 협의하는 한편, 시 자체적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은 예산확보 등 실현 가능한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포항시 한 관계자는 "KTX를 통한 지역 경제의 활성화는 해당 지자체뿐만 아니라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철도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이용객들이 몰리고 역이 활성화된다. 역 운영에서 적자가 나면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에 피해가 간다.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한다"고 했다. 포항 이상원 기자 seag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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