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파른 증가세 '난청'

뭐? 뭐라고? 무슨 말인지 잘 안들려

이어폰은 소음성 난청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하루 3시간 이상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면 청력에 큰 손상을 입는다. 매일신문 DB
이어폰은 소음성 난청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하루 3시간 이상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면 청력에 큰 손상을 입는다. 매일신문 DB

#개인사업을 하는 권모(62) 씨는 중요한 회의나 모임을 할 때마다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말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았고, 알아듣지 못해 되묻는 횟수도 점점 잦아졌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기 얘기만 하는 성향도 강해졌고, 함께 TV를 보는 가족들은 볼륨이 너무 높아 시끄럽다고 불평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권 씨는 건강검진에서 노화성 난청으로 청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결과를 받았다.

#고교생 김보민(18) 양은 학교 수업 시간 외에는 귀에서 이어폰을 빼지 않는다. 쉬는 시간이나 등'하교 시간은 물론, 공부를 할 때도 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주변 소음을 듣지 않으려 음악 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많다. 한참 동안 볼륨을 높여서 듣다 보면 이어폰을 빼도 귀가 먹먹하고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지경에 이르자 병원을 찾은 김 양은 청력에 이상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청력에 이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노인들은 노화성 난청으로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고, 청소년들의 귀는 이어폰과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몸살을 앓는다. 난청은 자신이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손상된 청력은 회복이 쉽지 않다. 청력이 떨어지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낀다.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대화가 단절되고,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게 된다.

◆노인들 괴롭히는 노화성 난청

난청 환자의 절반 가까이는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난청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28만1천664명 가운데 60대 이상이 44.5%를 차지했다. 환자 수도 증가 추세다. 2008년 9만5천800명이던 난청 환자는 2013년 12만5천400명으로 30.9%가 늘었다.

노화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청력이 떨어지는 증상이다. 특히 내이와 청신경 등 소리를 전달하는 중추청각신경계가 노화되면서 나타난다. 나이가 든 귀의 신경세포는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방치할수록 증세가 계속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 노화성 난청이 심해지면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감에 시달리고, 우울증이나 치매 위험까지 높아진다.

난청은 소리의 전달이 잘 되지 않는 전음성 난청과 달팽이관 내부의 청신경 세포나 소리를 전달하는 신경에 이상이 생기는 신경성 난청으로 구분된다. 특히 신경성 난청의 경우 약한 음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고 소리를 듣지만 말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스' '츠' 등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남자 목소리보단 고음인 여성의 목소리를 알아듣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다른 사람의 말소리가 중얼거리는 것처럼 들리거나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 것으로 느낀다.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대화를 이어가기 더욱 어렵고 양쪽 귀의 청력이 비슷하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노화성 난청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청기다. 안경을 처음 쓰면 어지러운 느낌이 들듯이 보청기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보청기를 끼면 소리가 크고 선명하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먹먹하고 시끄러운 느낌을 먼저 받는다. 다른 사람의 말소리뿐만 아니라 평소 무심코 넘겼던 소음도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소음을 줄여주는 기능이 있지만 말소리와 소음을 완벽하게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이혁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보청기에 적응하는 데는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 잘 견디면 먹먹한 느낌도 줄고, 소음도 더 작게 들려서 더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면서 "보청기에 적응하는 기간을 더욱 잘 견디려면 가족들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폰은 청소년 난청의 주범

장시간 소음에 노출될 경우 소음성 난청에 시달릴 수 있다. 공장이나 건설 현장 등 소음이 심한 일터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10, 20대 젊은 층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소음성 난청은 소음에 노출되는 것을 중지하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지만 한번 손상된 청각세포는 재생되지 않아 치료가 어렵다.

소음성 난청은 폭발음처럼 큰 소리를 들었을 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약한 강도의 소음에 장시간 노출돼도 생길 수 있다. 매일 8시간씩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면 청력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보통 일상적인 대화는 50~60㏈이고, 헤어드라이기 소리나 지하철 객차 내부의 소음이 85㏈ 정도다. MP3 플레이어의 최대 볼륨이나 시끄러운 음악 공연장, 노래방과 나이트클럽의 음악 소리, 카오디오 소음 등은 대부분 85㏈ 이상이다. 이어폰으로 시끄러운 음악을 하루 3시간 이상 들으면 귀는 120㏈ 이상의 소리를 듣는 것과 비슷한 충격을 받는다. 이 정도 소리 크기에 1~2시간 정도 노출되면 청력이 손상된다. 한번 손상된 청력은 회복이 어렵다. 이어폰은 최대 볼륨의 60% 이상 높이는 것은 피하고 귓속형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을 쓰는 게 낫다. 음악을 듣는 시간을 절반 정도로 줄이고, 장시간 소음에 노출됐다면 하루 이틀 정도는 시끄러운 장소를 피하는 것이 좋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허정욱 원장은 "호두와 잣, 밤 등 아연이 풍부한 음식과 녹황색 채소에 많은 엽산은 민감한 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귀가 먹먹하거나 이명 현상이 생긴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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