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연명치료 논란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나라마다 탄생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생각은 다르다. 특히 죽음을 대하는 문화는 나라, 민족, 종교마다 많은 차이가 있다. 죽음과 관련된 의료계의 가장 뜨거운 논쟁 중 하나가 존엄사와 안락사 문제다. 모두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치료를 중지하는 것은 같지만, 안락사는 약물 투입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는 데 비해 존엄사는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 항생제 투여 등을 하지 않고 생명유지장치 제거 등 소극적인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다.

2009년 영국의 저명한 지휘자 에드워드 다운스 부부가 두 자녀가 지켜보는 가운데 병마와 계속 싸우는 대신 스위스에서 의사의 도움으로 안락사를 선택한 사건은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뜨거운 논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1997년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던 환자를 퇴원시킨 의사에게 2004년 살인방조죄로 유죄 판결이 나면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사회적, 종교적, 의학적 논쟁이 있었다. 2009년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식물인간 상태인 김모 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을 첫 인정한 사례도 사회의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프랑스 의회 하원은 '깊은 잠' 법안을 통과시켰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에게 의사가 진정제를 투여하면서 음식과 수분 공급을 중단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락사를 처음 법으로 허용한 곳은 네덜란드로 2002년부터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벨기에는 2013년 전체 사망자 가운데 안락사 비중이 4.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에게 영양 공급을 중단하거나 산소호흡기 등을 제거하는 존엄사(연명치료 중단)는 대부분 국가가 허용하거나 묵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는 7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 이어 존엄사 절차도 법제화된다. 논란이 많았던 연명치료 중단 결정에 대한 기준을 정부가 최근 확정했다. 정부의 최종안은 존엄사 대상을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로 엄격히 한정하고, 환자가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을 때 존엄사가 인정된다. 의식불명 등으로 환자의 뜻을 직접 묻기 어려울 때는 미리 작성해놓은 사전의료의향서 등이 의사 추정의 근거가 된다.

이는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막아'웰다잉'(well-dying) 문화를 자리 잡게 하자는 취지다. 존엄사와 안락사가 의료인지 혹은 개인의 권리인지에 대한 찬반논란은 여전하고 쉽게 결론을 낼 수도 없다. 다만 회생 불가능한 중증환자에 대한 치료 중단 정도는 엄격한 법적 장치와 규정하에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생명이 가장 존엄한 가치임에는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만 존엄하게 떠날 권리도 인간의 권리일 수 있다. 이 모든 논쟁은 결국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필수불가결할 것으로 생각된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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