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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자연스러움 그리고 조화

이 철 우
이 철 우

음악은 '소리를 재료로 하여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정의된다. 이 정의는 현대에 접어들면서 완전한 음악의 정의로 인식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사상과 감정의 표현과 무관할 수 있는 광고음악이나 다른 목적을 가진 음악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의'(定義)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바뀌어야 한다. 전통적 정의를 근거로 살펴보면 '예술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이 표현된 결과물'이며, 예술의 목적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의 표현'일 수 있다. '사상의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 또는 '감정의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음악의 정의'의 적합성이 평가될 수 있고, 사상과 감정적 요소 중 '어느 쪽에 더 집중하느냐?'에 따라 순수음악과 대중음악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음악이론서에는 음악의 3요소를 리듬(Rhythm), 선율(Melody), 화성(Harmony)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대음악에서는 이에 '음향'(音響, Acoustics)이란 한 요소를 포함시키고 있다. 자연스러운 변화의 요구가 현대음악의 구성조건을 완성시켰다. 리듬만으로도 음악이 가능하지만 리듬적 요소가 없는 선율은 존재할 수 없고, 화음의 연결을 의미하는 화성에는 이미 리듬과 선율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음향은 그러한 연관성이 없는 요소이다. 어떤 면에서 현대는 전통과 동떨어진 요소도 포함한다는 일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음악의 재료인 '소리'에 대해 생각해 보면, 소리는 물리적인 현상이므로 음악은 자연적 현상들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진동수가 같은 음들이 서로 반응하는 동조(同調)현상, 맥놀이현상, 도플러효과, 그리고 진동수의 배수가 되는 모든 음들이 동시에 반응하는 배음(倍音)현상 등 다양한 소리의 현상들이 음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중에서도 배음현상에 의해 형성되는 음들의 나열 즉 자연배음열(Overtone series)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저음부에는 장3화음이 있고, 고음부로 갈수록 불협화적인 음들이 많이 나타난다. 피아노에서는 페달을 밟고 낮은 도를 연주하면, 이 많은 소리들이 동시에 울리게 되는데 그 소리를 자연화음이라고 한다. 우리 귀가 인지할 수 있는 범위가 저음 부분 6개 음으로 이루어진 장3화음이어서 보통 장3화음을 자연화음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도미솔 장3화음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보편적인 감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협화적인 음악의 시대가 점차 불협화적인 소리까지를 포함하는 현대음악의 시대로 발전한 것도 이미 자연배음이 예시한 순리라 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사회는 자연화음이 불협화적인 음들을 포함하고 있듯, 어울리지 않는 요소(다른 생각)까지 잘 어우러져 있는 사회일 것이다. 완전한 것을 추구하면서 부조화를 무조건 배척하는 편협한 인식이 난무하는 세태가 아쉽게 느껴진다. 약간의 부조화를 수용하고 쓸 만한 것을 추구하는 지혜는 소리의 세계가 알려주는 조화의 지혜일 듯하다.

(작곡가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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