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퇴계시' 불가론에 부쳐

한번 헷갈린 것은 계속 헷갈린다. 아둔한 기억력 탓이 가장 크겠지만 필자가 잘 분간치 못하는 것 중에는 남악신도시와 내포신도시가 있다. 전자는 전남도청 소재지이고 후자는 충남도청 소재지이다. 지리적, 역사적 특성과 취지를 잘 담아 이름을 지었겠지만, 그쪽 사정에 밝지 않은 외지인으로서는 어느 게 전남도청 소재지이고 어느 게 충남도청 소재지인지 쉽게 외워지지 않는다.

세종시의 경우는 이름을 아주 잘 지은 것 같다. 성군 중 성군의 왕명을 땄으니 품위도 있고 한번 들으면 잊힐 수 없다. 영문 도시 브랜드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 '행복도시 세종시'는 단연 성공한 도시 네이밍(이름 짓기) 사례라고 본다.

드디어 올해에 안동과 예천으로 경북도청이 이전한다. 안동 풍천면과 예천 호명면에 걸쳐 있는 도청 신도시는 2027년 인구 10만의 명품 자족도시를 목표로 조성되고 있다. 도청 이전에 맞춰 웅도 경북의 중추도시에 걸맞은 이름도 붙여줘야 할 것이다.

도청 신도시 이름과 관련해 영남이 낳은 대표적 위인인 이황의 호를 따서 '퇴계시'로 짓자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다. 퇴계시라면 '경북도청 신도시'라는 이미지로 쉽게 각인되고 기억하기도 용이해 도시 이름으로 경쟁력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정작 퇴계시는 현지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우선, 퇴계 선생이 안동 사람이라서 예천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했다. 안동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퇴계가 진성 이씨 문중 사람이라며 다른 문중에서 퇴계시 이름을 탐탁잖게 본다는 것이다. 영남학파의 창시자요, 대표적 성리학자로서 온 국민의 추앙을 한몸에 받는 위인을 놓고 출신지역과 특정 문중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의외였고 인식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도청 신도시의 이름이 지역갈등을 유발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본란이 도청 신도시 이름을 퇴계시로 지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계시 불가론'에 대해 굳이 토를 다는 것은 경북도청 시대를 맞은 안동'예천 등 북부지역민들의 포용력과 '열린' 자세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경북도청은 도청 이전에 맞춰 신도시의 명칭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신도시 이름 짓기에 부정적인 일부 여론 때문에 진통도 있었다. 공모를 통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고민도 많이 한다고 하니 훌륭한 결과를 도출해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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