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23일이 되면 의성군은 동네 전체가 '사랑의 축제장'으로 변한다. 인구 5만4천여 명인 의성 주민들은 이날이 되면 좋은 옷으로 차려입고 의성군민회관으로 향한다. '작은 기부, 사랑의 시작입니다'라는 사랑의 열매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이 캠페인은 매년 이맘때 경상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경북도내 각 시'군에서 여는 행사지만 의성에서는 오래전부터 이곳만의 '기부 데이(Day)'로 정착했다.
의성 군민들은 이날 한바탕 동네잔치를 벌인다. 기부로 사랑을 나누고, 지역 각 기관과 단체가 마련한 음식을 서로 나눠 먹으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부축을 받으며 꼬깃꼬깃한 지폐를 모금함에 넣는 노부부에서부터 엄마 손에 이끌려 나온 꼬맹이의 고사리손 동전 한 닢까지, 정성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7억3천900만원이라는 기금이 모였다. 인구 26만여 명인 경주와 25만여 명인 경산의 총 모금액과 비슷한 규모였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해 의성은 도내 23개 시'군 중에 1인당 기부액이 1만3천395원을 기록, 1위를 차지했다. 경북도민 1인당 평균 모금액인 7천887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많은 셈이다. 2012년과 2013년에도 의성은 1인당 기부액 2위 고장으로 꾸준히 상위권에 있었다.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에도 의성 사람은 모두 4명이 가입해 있다. 의성보다 가입자 수가 많은 곳은 도내에서 경주(11명)와 포항(6명)뿐이다.
이 때문에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노인인구 비율이 가장 높아 대표적인 어르신 동네로 알려진 의성을 '사랑의 고장'이라고 부른다.
김누리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의성은 전국에서 드문 사례라고 했다.
김 처장은 "경북은 서울, 경기에 이어 모금 규모가 전국에서 가장 크다. 다른 시'도보다 안정적이고 균형잡힌 풀뿌리 나눔문화가 잘 정착됐기 때문"이라며 "특히 의성은 오래전부터 매년 기부 데이를 정해 성금도 기부하고 음식도 나눠 먹으며 나눔문화를 지역축제로 승화시키는 등 경북 나눔정신의 근간을 이룬다"고 말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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