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할수록 고민스러운 문제다. 선뜻 찬성할 수도 없고, 무조건 반대만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다. 눈 질끈 감고 찬성과 반대, 둘 중 하나만 찍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그렇다고 이성적, 논리적 판단을 앞세우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무엇이 우리를 고민스럽게 할까? 바로 영덕에 들어설 신규 원전 건설 문제다.
영덕 원전은 난제 중의 난제다. 반드시 건설해야 한다는 측과 더 이상 원전은 필요 없다는 측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건설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측은 당연히 정부와 한수원이고, 반대하는 측은 환경운동가들이다. 예전 같았으면 정부와 한수원의 논리는 정당하고, 환경운동가들의 논리는 궁색해 보이거나 억지를 쓰는 듯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환경운동가는 반대만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일쑤였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원전 문제에 관해서는 2011년 이전과 이후의 인식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탈원전 정책을 공약하고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폐기하는 상황에서 신규 원전을 짓는 것이 옳은 일일까. 안전하다고 하지만, 사고가 났다 하면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지는데도 건설을 강행해야 할까. 후쿠시마 현장을 취재한 경험이 있는 필자는 양심에 걸려 선뜻 동의해주기 어렵다.
그렇다고 반대만 하는 것도 찜찜하다. 영덕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 원전을 새로 지을 곳이 없다. 또 다른 신규 원전 예정지였던 삼척의 경우 주민투표로 인해 건설이 어려워졌고, 다시 원전을 유치하겠다고 나설 지자체도 없다. 정부가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제7차 전력수급계획을 확정해야 하지만 삼척은 불가능해졌고, 영덕의 상황도 확실하지 않다. 이달 초 영덕군의회 원자력특별위원회는 여론조사를 벌여 60퍼센트 가까운 주민들이 원전 건설에 반대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여론조사 과정은 큰 하자가 없었지만, 전후 사정을 감안하면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2010년 영덕군이 원전 유치신청을 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불과 5년 만에 반대여론으로 돌아선 것이나, 법정지원금과 세수 증대를 통해 지역 발전을 이루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건설 불가'를 외친다면 앞뒤가 맞지 않다. 속된 말로, 갈팡질팡하는 군민들의 마음에 따라 국가 정책이 갈지자를 걷는 것도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이런저런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선택해야 할 최선의 해법은 주민들의 의사를 정확히 묻는 것이다. 정부가 영덕군이 유치신청을 했다고 해서, 현직 군수가 원전 건설에 찬성한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면 그 후유증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주민투표를 통해 원전 건설의 당위성을 확인받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원전 건설은 국가사무이므로 주민투표를 할 수 없다는 논리로 얼렁뚱땅 넘기려 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나설 것을 주문한다.
정부는 도대체 무엇이 겁나는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원전만큼 효율적이고 편리한 에너지가 어디 있느냐는 논리로 주민을 설득해보라. 그리고 1조원을 지원하겠다는 뜬구름 잡는 소리보다는 어느 곳에 어떤 용도로 정확하게 쓰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주민들의 마음을 잡아보라. 여론조사든 주민투표든 무엇이 두려울까.
사실 정부는 고심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적극적인 움직임이나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 산하기관인 한수원에 맡겨놓고 있을 뿐이지, 직접 주민들을 설득하거나 이해를 구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지난번 주민여론조사를 앞두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군의회 의장에게 압력성 전화를 거는, 그런 꼼수로는 원전을 짓기 어렵다. 주민투표를 하든 안 하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부와 한수원이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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