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45) 씨는 29일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본 뒤 가슴이 답답했다. 1년 반 전에 판 대구 수성구의 아파트가 눈에 어른거렸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그는 "그때도 대구 집값이 워낙 크게 올라 꼭지라는 확신이 들어 급하게 집을 내놨다"며 "지금 공시가격을 보니 1억원 정도는 싸게 판 것 같다"고 했다.
대구 집값이 고삐가 풀렸다. 최근 1년간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울산 동구(4위)를 제외하면 대구권 시'군'구가 1위에서 5위까지를 휩쓸었다.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공시가격 자료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의 공동주택 가격은 전년보다 12.0%와 7.7% 상승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은 3.1%, 광역시 평균은 5.1%에 그쳤다.
대구는 ▷도시철도 3호선 개통 등 교통 여건 개선 ▷전세가격 상승으로 매매 수요 증가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주택 수요 증가 등이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경북은 경산시를 필두로 대구의 영향을 직접 받은 데다 경주 한수원 본사 이전과 포항 KTX 개통 등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본격화, 도시철도 3호선 개통 등 교통체계 개선에 따른 기대감으로 대구의 공시가격 상승폭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구 수성구가 17.1% 올라 전국 252개 시'군'구 중 최고를 기록했다. 수성구는 지난해 대학 수학능력평가시험에서 만점자가 4명이나 배출되는 기염을 토하는 등 우수한 학군 수요가 가격 상승폭을 키웠다고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실제 수성구 범어동 A아파트의 경우 1년 만에 아파트 매매 호가가 2억원가량 뛰는 등 가격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수성구의 저력은 인접한 경산시까지 이어졌다. 같은 기간 경산은 15.6%가 상승해 수성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경산은 진량산업단지 근로자들의 주택 수요가 수성구 시지 생활권인 경산 펜타힐즈를 중심으로 아파트 신규 분양과 매매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구 남구(14.3%)와 달성군(11.9%)도 각각 3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남구는 신규 주택 공급 물량 부족에 따른 전세가격이 올랐으며, 달성군은 테크노폴리스, 국가산단 조성과 더불어 도시철도 1호선 화원 연장 등의 개발 호재가 공시가격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전국적으로도 공시가격이 2년 연속 상승했다. 전국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대비 3.1% 올랐다. 한동안 약세를 면치 못했던 서울도 5년 만에 공시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됐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07년 22.7%까지 치솟았지만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등락을 거듭했다. 2011년(0.3%)과 2012년(4.3%) 오름세를 보인 이후 2013년에는 4.1%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인천 제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이 각각 2.5%, 5.1%를 기록했다. 시'군의 변동률은 3.6%였다. 시'도별로는 대구(12.0%), 제주(9.4%), 경북(7.7%), 광주(7.1%) 순으로 상승폭이 컸다. 반면 세종(-0.6%)과 전북(-0.4%)은 공시가격이 하락했다. 시'군'구별로는 전국 252개 지역 중 231곳이 올랐다. 18곳이 하락했고 3곳은 변동이 없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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