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신(新) 밀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아시아 역내의 외교'안보질서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표방해 온 미국이 일본을 명실상부한 역내 대리자로 내세워 자국 주도의 패권질서 강화에 나서고, '보통국가화'를 추구해 온 일본 역시 미국을 확실히 등에 업고 재무장화 행보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29일(한국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은 양국 동맹의 성격과 역할이 질적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벤트였다. 70년 전의 '적대적 관계'에서 '부동의 동맹'(unshakeable alliance)으로 변모했다는 성명의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앞으로 미'일 동맹 주도의 질서재편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게 양국 외교가의 공통된 평가다.
특히 안보적으로는 자위대의 지리적 역할 철폐와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 경제적으로는 거대 경제권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구축이 이 같은 질서재편의 양대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미'일의 '밀착'은 미국 주도의 패권질서에 대항하는 중국과의 전략적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어서 동북아 역내의 긴장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역사 수정주의를 바탕으로 우경화로 치닫는 아베 정권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정세의 파고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일 '현상변경 불용' 중국 견제
미'일 정상의 성명은 변화된 안보환경에 맞춰 미'일 동맹의 격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 핵심은 미국을 대리해 일본의 역내 군사역할을 강화하는 데 놓여 있다. 미국이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자위대 역할의 지리적 제약을 없앤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이는 미국이 전반적인 국방 예산 삭감 흐름 속에서 역내 안보 정책을 유지하고자 일본의 방위력 확대를 용인하고 이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미'일 안보협력의 일차적 겨냥 점은 중국이다. 해양을 중심으로 세력확장에 나서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지 않을 경우 미국 주도의 패권질서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상황 인식이 반영돼 있다.
또 항행의 자유와 국제법에 기반을 둔 규범을 자주 거론한 것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를 방어하려는 일본의 의도를 대폭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이 추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진출 구상에 미국이 찬성의 뜻을 재확인한 것은 미'일 안보협력의 확대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결국 일본은 미국의 필요에 응하는 형태로 군사적 보통국가화를 추진하고 안보문제에 관한 발언권을 키울 발판을 마련했으며 동시에 중국에 대한 견제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TPP 매개로 경제협력 강화
미국과 일본은 TPP를 매개로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경제'금융 질서를 주도하는 양대 국가가 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양국은 "역동적이고 급성장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및 세계에서 무역과 투자의 규칙을 정하기 위한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고 규정했으며 "경제 대국으로서 지금까지 교섭한 무역 협정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협정을 정리하려고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TPP에서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음에도 이틀간의 교섭으로 "큰 진전이 있었던 것을 환영하며 더 넓은 협정이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타결되도록 함께 노력할 것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작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이 방일 때 실질적인 타결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협상이 상당 기간 난항을 겪었는데도, 이날 양국이 이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을 계기로 세계 금융질서에 도전장을 낸 상황을 의식한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은 쟁점을 신속하게 마무리 짓고 TPP의 타결을 향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모현철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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