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돈의 연결고리는 바로 선거
돈 많이 드는 전당대회 '검은 유혹'
불법적으로 자금 조달 가능성 높아
당 대표'최고위원 꼭 뽑아야 하는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리스트'로 인해 이완구 총리가 물러나고 검찰이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 소환을 예고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성완종 전 회장은 자신이 2007년 한나라당 경선과정 중 박근혜 캠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허태열 전 국회의원에게 수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성 전 회장이 홍준표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시점은 2011년 한나라당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서였다. 성 전 회장은 또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선대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홍문종 의원 등 본부장급에게도 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말이 어느 정도 진실에 부합하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만일에 성 전 회장의 말이 맞다면 그는 정치인들이 돈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맞추어서 돈을 전달한 셈이다. 이번 논란은 성 전 회장의 죽음으로 인해 불거졌지만, 이 사태를 보는 국민들은 돈을 받은 정치인이 리스트에 오른 이들뿐이겠으며 돈을 전달한 사람도 성 전 회장뿐이겠는가 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정치와 돈의 연결고리는 바로 선거라고 하겠다.
돈을 전달한 기업인이나 돈을 받은 정치인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선거비용을 국가가 환급하는 선거 공영제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불법적인 선거자금이 오가는 현실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보가 되기 위한 경선에 출마하는 예비후보, 그리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전적으로 자기 돈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당 지도부가 하향식으로 후보를 지명하지 않고 상향식 경선을 통해서 후보를 선출하는 요즘의 추세를 감안한다면 이제는 경선에 소요되는 막대한 돈을 조달할 수 있는 사람만이 선거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경선에는 워낙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경선에 나서는 이들이 불법적으로 경선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되고자 하는 정치인들은 당원과 대의원을 상대로 운동을 하고 여론조사에 대비해야 하는데 그 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이런 비용은 자비로 감당하든가 후원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자비와 후원금으로 이런 비용을 댈 수 있는 정치인은 손꼽을 정도다. 대선 본선은 국가에서 선거비용을 반납받을 수 있기 때문에 후보자가 부담을 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선거를 치르게 되면 영수증을 갖추어서 선관위에 청구할 수 있는 항목 외에도 이런저런 명목으로 많은 돈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후보자나 캠프 참가자들이 이런 비용을 감당한다면 별문제가 아니지만 그렇지 않다면 검은돈의 유혹에 흔들리기 십상이다.
2012년 새누리당 대선 경선은 사실상 경쟁이 없었던 요식행위와 같아서 박근혜 대통령은 큰돈 들이지 않고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선 경선이 치열하다면 그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일 것이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측에 돈이 좀 더 많았더라면 결과가 다를 수 있었다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2012년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팬클럽 덕분에 그나마 돈이 덜 드는 선거를 할 수 있었다. 팬클럽들이 전국에서 열린 순회 경선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인원 동원에만 엄청난 돈이 들어갔을 것이다.
이제는 막대한 돈이 드는 경선과 전당대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도대체 정당에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필요한지부터 따져 보아야 한다. 전당대회가 돈이 많이 들고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미국처럼 정당을 원내화하자는 주장에 주목해야 한다. 정당을 국회의원이 뽑는 원내대표가 이끌어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회의원과 광역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선거는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몇몇 주가 채택한 결선투표 방식 경선(톱 투 프라이머리)을 도입하고, 일정한 득표를 한 경선 후보에 대해선 선거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인구가 적은 기초단체의 장과 의원은 공천을 없애서 경선 절차를 아예 삭제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 대해선 일정한 득표를 한 정당의 경우에 그 비용을 국가가 일부 부담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런 개혁을 해야만 선거로 당선된 이들이 교도소 담장을 걷는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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