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주의 최치원, 대구의 두사충도 관광문화 콘텐츠다

지난해 가을 탕자쉬안(唐家璇) 전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치우궈홍(邱國洪) 주한 중국특명대사 등 방문단이 경주를 찾았을 때 신라말의 뛰어난 학자이자 문장가였던 최치원이 거론된 적이 있다. 경주시장 등은 중국 방문단을 맞아 한'중 우호 증진과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당나라에 유학한 최치원 선생을 떠올린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최치원이 신라로 돌아올 때 지었다는 오언율시 '범해'(泛海)를 인용할 정도로 최치원은 중국에서도 높은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다. 경주시가 중국인 관광객의 눈길과 발길을 이끌기 위해 최치원을 새로운 브랜드로 띄운다고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올해 지역특화 문화콘텐츠 개발사업에 '최치원과 신라오기(新羅五技)'가 선정된 데 힘입은 것이다.

신라오기는 최치원의 시 '향악잡영'에 소개된 금환(金丸)'월전(月顚)'대면(大面)'속독(束毒) 등 다섯 가지 놀이로, 곡예와 탈춤'가면극'사자춤 등을 일컫는다. 이 같은 놀이문화는 중국이나 서역에서 전래되어 신라화 된 것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이와 관련 경주시는 국비를 포함한 7억원의 예산으로 뮤지컬을 제작해 공연하고, 역사만화와 캐릭터도 만들어 상품화할 계획이다.

해마다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과 보다 특색있는 관광 콘텐츠를 추구하는 이들의 욕구에 부응해 최치원을 경주의 새로운 인문 한류 아이콘을 만들어 내겠다는 구상은 반길 만하다. 다만 일회성이나 전시성 관광상품이 아닌 중국인의 발걸음을 지속적으로 이끌 수 있는 내실있는 관광자원으로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음은 물론이다.

한'중 우호교류의 역사와 인물을 활용한 문화 콘텐츠는 대구에도 있다. 경주가 신라시대 당나라와의 이야기라면, 대구는 조선시대 명나라와의 관계이다. 임진왜란 때 원병을 왔다가 대구에 정착한 명나라 장수 두사충(杜師忠)의 사연과 발자취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두사충과 관련한 모명재와 뽕나무 길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근대골목 탐방과 함께 대구가 호재로 사용할 만한 콘텐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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