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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한 100세 시대] 일하는 노인 80% "생활비 벌려고"…일하는 자체 만족도 높아

통계로 본 노인 생활…89%가 만성 질환으로 고통, 평균 2.6개 질병 가지고 있어

현재 65세 이상 노인들은 6
현재 65세 이상 노인들은 6'25전쟁, 월남 파병, 경제개발 등 현대사 격랑을 헤쳐 온 세대들이다. 이들 상당수는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노후도 대비하지 못했으며 여가활동을 즐길 여유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성공원에서 소일을 하고 있는 노인들. 매일신문DB

기초연금 수령 65세, 국민연금 혜택 61~65세. 일반 공무원 정년은 만 60세.

노인 세대로의 진입을 알리는 다양한 연령들이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시작은 몇 세부터일까. 복지정책이나 사회제도에 따라 들쭉날쭉한 기준들. 이런 다양한 연령 기준만큼이나 복잡하고 다양한 것들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노인들의 생활 모습이다. 노인들의 생활상은 소득, 가족관계, 거주 지역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노인들의 복잡한 라이프 스타일, 통계자료를 통해 들여다보자.

◆6'25 이전 출생자 대부분 노후 준비 못 해

현재 65세 이상 노인들은 6'25전쟁 이전의 출생자들이다. 그들의 생애 초반기는 전쟁의 참상에 고스란히 노출된 시대였다. 이런 역사적 희생 세대 노인들의 경제생활은 대부분 우울하다. 이는 작년 노인가구의 연소득이 평균 2천305만원인 점에서 잘 나타난다. 이런 저소득은 노인들의 낮은 취업률에 기인한다. 작년 전체 노인의 취업률은 28.9% 수준. 취업률이 꽤 높은 것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금방 실망하게 된다. 임금 수준이 낮은 단순노무직과 농어촌 어르신들이 취업자의 72.7%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일을 하는 이유는 생활비 마련이 79.3%, 용돈 마련이 8.6%로 대부분 생계형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난 건 아이러니다. 수입보다도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90%가 만성 질환, 2.6개 질병

20세기 초반을 살아온 노인들. 그 세대에겐 자신의 건강을 돌볼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들은 오히려 월남파병, 파독광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사회적 격랑을 헤쳐나가느라 건강을 많이 해쳤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노인은 32.4%에 불과했고 부정적 평가가 43.7%였다, 지난 2년간 건강검진을 받은 노인은 전체 84%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병원, 의원, 보건진료소, 한의원, 치과 등 의료기관까지 포함된 것이다.

조사 대상 89.2%가 만성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평균 2.6개의 질병을 가지고 있었다. 의사 진단 질환 중 고혈압의 유병률이 57.6%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 관절염'류머티즘(33.4%), 당뇨(22.6%), 요통'좌골신경통(21.1%), 고지혈증(19.6%)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열악한 노인들의 건강 상태는 정신, 심리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노인의 33%가 우울증을 지니고 있었으며 연령이 높고, 소득이 낮고, 여성일수록 우울증의 비율이 높았다.

◆TV 시청'산책'화투로 여가 생활

우리나라 노인들의 여가 생활은 어떨까. 예상대로 대부분은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평생 가족을 위해 봉사하느라 노는 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노인은 TV 시청(82.4%)으로 소일을 하고 있었다. 그 외 산책(17.8%). 독서, 종교서적 읽기, 화투, 등산의 순으로 나타났다.

노인 25.9%가 친목 도모를 위해 경로당을 이용하고 있으며 8.9%가 여가 복지 프로그램을 위해 노인복지관을 찾고 있었다. 정부에서는 노인 여가활동 다변화를 위해 복지관에 연극, 무용, 음악, 미술, 사진 등 예술 강사를 지원해 여가 문화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제적 소외 심리적 우울로 이어져

노인들의 경제적'사회적 소외 현상은 노인들의 고립으로 이어진다. 젊은 시절 자녀들에 대한 헌신, 가족들에 대한 봉사의 대가치곤 쓸쓸한 노후다.

2014년도 홀몸노인 비중은 23%. 홀몸노인 6명 중 1명은 가족이나 이웃과 왕래 없이 고립상태서 생활하고 있다. 25%는 생활고로 끼니도 잘 못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단독가구 생활상의 어려움으로는 경제적 불안감(25.8%)과 간호 걱정(25.6%)이 가장 높았고 다음이 심리적 불안, 외로움(21.7%)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노인들의 소외는 정신적 우울로 이어지기도 한다. 조사 대상 10.9%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고 실제 시도자도 12.5%로 나타났다. 자살 동기로는 경제적 어려움(40.4%), 건강 문제 (24.4%), 외로움(13.3%), 가족'친구와 갈등(11.5%) 순이었다.

이 시대 노인들의 자화상은 대체로 우울하다. 살아온 시대가 고달프고 헤쳐 나온 시절이 결핍에 익숙했던 세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개된 대다수의 통계 수치도 딱하고 비관적이다.

양극화의 그늘도 엄연히 존재한다. 임대수입으로만 연 수십억원을 벌어들이는 90대 노인이 있는 반면에 몇십만원 노령 연금만으로 삶을 꾸려가는 노인도 상당수다.

그러나 이 그늘의 한편에선 그 나름대로 밝은 노년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도 상당수다. 자신들의 재능을 나누고 봉사활동에 적극적이며 자기계발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도 한다.

단순히 통계, 자료로만 나열, 제시했지만 그 행간이 슬프고 단락이 우울한 것은 지금 그들의 현실이 그러한 탓이다.

한상갑 기자 arira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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