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조슈아 컬랜칙 지음/ 노정태 옮김/ 들녘 펴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냉전이 종식되고 서방 세계의 승리가 확실해진 이후, 민주주의라는 큰 흐름이 역행하리라는 전망은 지나친 비관주의로 받아들여졌다. 민주주의는 모든 인류가 종국에는 도달하게 될 최종 목적지라도 되는 듯했다. 중동이나 중국, 러시아의 상황은 이슬람 근본주의가 득세하는 배경이나 소련의 그림자가 드리운 권위주의처럼 지역적인 특수함 탓일 거라 여겼다.

하지만 아랍의 봄과 여름은 가을의 과실을 맺지 못했고, 태국에서는 선거, 쿠데타, 폭력 시위가 일상적으로 되풀이되는 기이한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붕괴는 개발도상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각국의 조사기관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견고한 민주주의를 확립한 나라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와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경제 위기에 더욱 도드라진다.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인 저자는 '민주주의의 후퇴'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며, 우리가 손을 놓고 상황을 지켜보기만 한다면 이 퇴행적인 흐름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 경고한다.

이 책에서는 중산층의 배반, 선출된 독재자라는 함정, 미국발 경제 위기와 워싱턴 컨센서스의 실패, 그에 이어진 신흥 민주주의 국가의 성장 정체, 새로이 부상한 중국이라는 경제 모델, 권위주의에 대한 향수, 군부와 쿠데타의 귀환, 민주주의 외의 대안은 없다고 생각한 서구의 안이한 태도 등, 민주주의의 퇴행에 원인을 제공하는 여러 요인을 분석한다. 저자는 이런 문제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발도상국을 위한 해답과 선행 민주주의 국가를 위한 민주주의 진흥 방안도 함께 제시한다. 416쪽, 2만원.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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