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년 전 남편을 잃은 원이 엄마의 애틋함이 담긴 편지글과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미투리가 발견돼 세계를 놀라게 했던 안동에 '원이 엄마 테마공원'이 만들어졌다.
안동시는 2014년 2월부터 총사업비 14억여원을 투입, 정하동 귀래정 인근에 최근 공원을 만들었다. '원이 엄마' 편지글 조각상과 현대판 번역본, 쌍가락지(옥) 조형물, 반원형 야외무대를 비롯한 다양한 시설을 갖춰 작지만 큰 감동이 있는 도심 속 공원으로 꾸몄다.
'원이 엄마'는 430년 전 조선중기 안동 정하동 고성 이씨 귀래정파 문중의 며느리다. 그는 1586년 31살의 젊은 나이에 남편 이응태가 세상을 뜨자 애틋한 사랑을 담은 편지와 남편 병구완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만들었던 미투리를 남편 관 속에 넣었다.
원이 엄마의 편지'미투리는 420년이 지난 1998년 정상동 택지개발 과정에서 발견돼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알려지게 됐다. 다큐멘터리 저널 '내셔널지오그래픽' 2007년 11월호에 소개되고, 2009년 3월에는 '원이 엄마 한글편지'와 출토물을 다룬 연구논문이 국제 고고학 잡지 '앤티쿼티' 표지논문으로 실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능소화'라는 소설로 재탄생했고 지역에서도 '원이 엄마'를 소재로 한 뮤지컬과 오페라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지에 붓으로 빼곡히 써내려간 한글 편지에는 서럽고 쓸쓸하고 황망하고 안타까운 아내의 심정이 강물처럼 굽이친다. 함께 누워 속삭이던 일에서부터 배 속 아이를 생각하며 느낀 서러운 심정, 꿈속에서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애절한 간청까지 녹아 흐른다.
함께 출토된 미투리(삼 껍질 등을 꼬아 삼은 신발)는 더욱 감동적이다. 남편의 쾌유를 빌며 삼과 머리카락을 함께 꼬아 삼은 것으로 '이 신 신어보지도 못하고…'라는 글귀가 보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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