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천주교 대구대교구청 교육원 다동 강당. 대구대교구 내 청년 신자, 신학생, 수도자 등 700여 명이 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통기타를 잡았다. "늘 듣던 성가를 연주하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 유행가를 한 곡 골랐어요. 옛적에 신학교에 다닐 때 친구에게 배운 것입니다. 못 치더라도 잘 봐 주세요." 조 대주교가 고른 곡은 가수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1970년대 가요지만 요즘 가수들이 다시 부르기도 해 청년들에게 제법 익숙한 노래였다.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조 대주교의 공연이 시작되자 젊은이들은 "와~" 하는 환호와 함께 박자에 맞춰 손뼉을 쳤고, 일부는 스마트폰을 꺼내 대주교의 모습을 촬영했다. 연주가 끝나자 큰 박수와 함께 강당 여기저기서 "앙코르!" 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러자 대주교는 "앙코르 준비는 못 했어요. 떨려서 여러분을 쳐다보지를 못하겠어요."라고 마무리 코멘트를 하며 강당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조환길 대주교와 지역 가톨릭 청년들이 터놓고 만난 '제1회 대주교님과 함께하는 젊은이의 날' 행사가 이날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교구청 내 교육원 다동 강당 및 성모당에서 진행됐다. 조 대주교는 깜짝 통기타 공연을 선보인 것을 비롯해 고민을 상담해주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미사를 집전하는 등 젊은이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청년들이 질문하고 조 대주교가 답변하는 시간이었다. '취업 문제 때문에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고민에 대해 대주교는 "참 안타깝다. 서울 대 지방, 대기업 대 중소기업, 정규직 대 비정규직 등 불평등의 구도가 만연하다. 이런 때일수록 초연할 필요가 있다"며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용기를 내십시오. 내가 세상을 이겼습니다'라는 말씀이다"라고 청년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줬다. 또 '세상에 소외된 이들이 많다. 그들은 누구이고, 또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내가 매일 만나는 사람, 또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부터 도와야 한다. 바로 여러분의 부모, 친구, 이웃이다. 이들을 외면하면서 다른 곳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이웃 사랑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조 대주교는 약 2시간 동안 10여 개 질문에 대해 때로는 명쾌하게 또 때로는 울림을 담아 답변했다.
구미 봉곡성당에서 온 배창형(28) 씨는 "성당의 신부님과도 갖기 힘든 질문과 답변의 시간을 대주교님과 함께해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다"며 "이런 행사가 지속적으로 열리면 좋겠다"고 했다.
조 대주교는 "저로 인해 오늘 모인 청년들의 삶이 가벼워지고 신앙에 힘을 얻으면 좋겠다. 초대에 응해 준 모든 젊은이들에게 감사한다"며 "청년들이 원한다면 이 모임을 앞으로 연례행사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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