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등 소외계층을 무료로 보호해주는 시설 인근에 수산물 가공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시설 관계자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도 "시설에 사는 소외계층은 악취와 벌레가 우글거리는 곳에서 살아야 하느냐"며 하소연하고 있다.
포항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흥해읍 흥안리에 4천224㎡ 규모의 수산물 가공공장이 착공됐다. 1차 가공을 마친 멸치 등을 받아와 2차 건조 작업을 하는 시설. 이미 터를 닦는 기초공사가 끝났다.
터 닦기가 시작되자 인근 소외계층 무료보호시설인 '포항들꽃마을' 관계자들과 인근 주민들은 이곳에 무슨 공사를 하는지 알게 됐다.
결국 지난해 6월 마을주민 169명은 포항시에 대해 수산물가공시설 신축 반대 민원을 제기했다. 수산물 건조작업이 이뤄지면 악취와 해충 등으로 인해 살기 힘들다는 목소리를 담은 것이다.
특히 가공공장은 포항들꽃마을과의 거리가 불과 70여m(직선거리)다. 이곳 들꽃마을은 가족이 있어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노숙인과 장애인, 홀몸노인 등 40여 명을 돌보는 도내 유일의 무료 보호시설.
이들은 공사를 막기 위해 중장비의 진입을 저지하다 지난 4월 수산물 가공공장 측의 고소로 공사방해금지 명령까지 받았다.
하지만 주민들과 포항들꽃마을 관계자들은 현재까지 공사장의 진입로를 막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포항 북구청 앞 등에서 건축허가 규탄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포항들꽃마을 최비오 시설장은 "이곳은 산이 양옆을 막고 있고 바람길이 그대로 통과, 주민들과 시설 사람들이 악취를 피할 수 없다"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최소한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도록 보살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수산물 가공공장 박점도 대표는 "악취 등 환경오염이 발생하면 공장을 폐쇄하고 피해보상까지 하겠다"며 공증인증서를 제출했다. 그는 "공장 가동 후 주민들을 환경감시단으로 고용해 약속을 지키겠다"며 "생산제품을 무료로 기증하는 등 주민들과 공존하겠다"고 말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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