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주짓수-쎈짐 본관을 가다

지난주까지 주짓수의 여러 가지 기술 중 가장 기초적이면서 가장 많이 쓰는 기술들을 알아봤다. 더 많은 기술들이 있지만 지면으로 풀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독자들이 사는 지역과 가까운 곳에 주짓수를 배울 수 있는 체육관이 있다면 지면에 소개한 기술 이외에 더 다양한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구경북지역에 있는 주짓수 체육관들의 모습과 주짓수 수련 장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구 달서구 죽전동에 위치한 쎈짐(구 대구이종격투기)이 전국 20개가 넘는 쎈짐의 본관이다. 본관이라고 해서 장비가 뛰어나거나 인테리어가 화려하진 않지만 부담 없이 운동하기에는 쾌적한 환경이다. 오후 7시 본관에 가 보면 30여 명의 수련자들이 서로 잡고 구르면서 운동하고 있다. 수련자들의 성별, 나이는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장년층과 초등학생이 함께 운동하는 것이 보기가 매우 좋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이재훈 관장을 만났다. 190㎝ 가까이 되는 큰 키에 시원하게 생긴 쾌남형의 인상이다. 그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주짓수 1단이며 그의 스승인 그랜드 마스터 히간 마차도(주짓수 8단)가 직접 2013년 한국에 와서 승단시켜 주었다. 그가 주짓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친구가 준 비디오테이프였다고 한다. 비디오테이프의 영상은 바로 UFC 1회 대회 경기였는데 덩치도 작은 브라질리언(호이스 그레이시)이 거구의 덩치들을 꺾고 조르는 것만으로도 이기는 것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던 것이다.

"1995, 96년쯤 친구가 비디오테이프를 하나 주면서 '이게 진짜다' 하더라고요. 친구랑 같이 보는데 온몸으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추구하던 게 바로 그런 거였거든요."

그때부터 이재훈 관장은 주짓수의 매력에 빠져 주짓수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당시 우리나라에 주짓수를 배울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무규칙 격투 연구모임'이란 동호회 활동을 통해 각지에 있던 실력자들과 교류하며 주짓수에 대해 공부를 했지만 더 알고 싶은 욕망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으로 가서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500만원을 융통해서 혈혈단신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그 돈으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미국에서 6개월간 버텼어요. 하루 세 끼 햄버거만 먹었고,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화장실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돈을 벌 수 있다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주짓수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도전은 쉽지 않았다.

"미국에서 운동할 때는 부드럽게 하는 스파링이 없었어요. 덩치 큰 서양인이 동양인이 버티니까 들고 벽에 던져버리더라고요."

물론 그도 덩치가 큰 편이지만 그보다도 더 큰 UFC 헤비급 챔피언을 지냈던 리코 로드리게스는 가드 패스가 안 되자 그를 들고 벽에 던졌다고 한다. 물론 로드리게스가 매너 없는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때 그는 블루 벨트였고 로드리게스는 블랙 벨트를 받기 직전이었다고 하니 조금은 이해될 듯도 하다. 격한 스파링으로 인해 잦은 부상도 있었지만 이를 악물고 참고 버티며 운동을 해서 히간 마차도로부터 한국 지부 설립을 허락받고 2003년에 대구에 개관하게 된다.

"한국에 돌아와서 대만에서 열렸던 아시아 주짓수 선수권을 우승하고 제자들을 키우는 데 노력했다"는 그는 주짓수뿐만 아니라 종합격투기에도 걸출한 제자들을 길러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UFC 오퍼를 받았던 송언식, 수많은 국내외 주짓수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이형걸, 한진우, 서보국, 황명세, 정윤호, 배정민, 이정영 등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이 많은 제자들이 종합, 입식, 그래플링 대회를 석권했다. 그리고 그 제자들이나 후배들이 이제는 성장해서 각자의 도장을 운영하거나 현역 선수로 활약하고 있고, 지금도 끊임없이 제자들을 길러내고 있다. 또한 전국에 지부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지금은 20개가 넘는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지만, 단합이 잘되고, 형제같이 지내고 있어서 다른 단체들도 많이 부러워한다고 한다.

주짓수를 배우는 사람들은 프로선수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취미로 하는 일반인이다. 그래서 수업은 일반인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남녀노소가 같이할 수 있는 운동이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소풍 가듯이 도장을 찾으면 된다.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과격한 운동도 아니며,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부터 가르친다. 수업 내용은 주로 초보자들을 위한 내용이다.

모든 스포츠 경기란 것이 승패를 나누듯이 주짓수 시합에서도 결과적으로는 승패를 가리게 된다. 하지만 주짓수에서는 패배가 없다고 말을 한다. 왜냐하면 주짓수에서는 승리하거나 배우는 것만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나누기보다는 통합적인 시각에서 오늘의 성공으로 교만하지 않고, 실패를 새로운 성공의 자양분으로 만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선수(쎈짐 하양지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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