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동24시-현장기록 112] 학교폭력 어른들의 관심만으로도 막을 수 있다

학교폭력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과 그 결과로 학교징계 혹은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는 것은 이제 초등학생들도 교육을 통해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하지만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성장기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사실상 힘든 일이며, 학교전담경찰로 2년 동안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 역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 다만, 학교폭력은 어른들의 관심만 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오늘은 필자가 다룬 학교폭력 사례 중 어른들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사례들을 소개해보겠다.

첫 번째 사례는 내가 이 업무를 담당하고 얼마 되지 않아 접한 사건이었다. 주말에 갑작스럽게 휴대전화로 들어온 신고 내용은 이러했다. 신고한 어머니는 아들이 최근 기운도 없어 보이고, 용돈 요구액이 많아지며, 귀가시간이 늦거나, 밤늦은 시간에 집을 나서는 것을 이상히 여겼다고 했다. 그래서 아들과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쉽게 입을 열지 않았고 '사춘기라서 그렇다'며 외면하려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설득하자 아이는 동네 선배 중에 박현주(가명·15세)라는 아이가 있는데 박 군이 피해 학생에게 폭행과 협박으로 물건과 돈을 빼앗아 왔고, 피해 학생은 지속적인 박 군의 괴롭힘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상태였음을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나는 바로 수사를 시작하였고, 그다음 날 박 군을 자진출석시켜 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박 군이 결손가정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모님이 일하시느라 집을 비우고, 늦게 퇴근해 항상 집은 텅텅 비어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도 따뜻하게 맞아 줄 사람은커녕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도 없었고, 거기에다 집안 형편조차 어려워 용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태였다. 성장기의 예민한 시기에 누구도 돌봐주지 않고 있는 상태이니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과 어울려 나쁜 행동을 하고 부족한 용돈을 후배에게 빼앗아 채웠던 것이다. 어른의 무관심이 가해 학생을 만들었고, 어른의 관심이 피해 학생을 구제한 사례인 것이다.

이와 반대의 사례도 있다. 피해 학생은 김민환(가명'15세)이라는 학생으로 경찰에 신고를 한 상담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원래 쾌활한 성격인데 점차 그 쾌활함이 없어지고 얼굴이 어두워지더라는 것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서 피해 학생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같은 반의 조기주(가명'15세)라는 학생이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신고했다고 한다.

피해 학생의 부모님들은 자신의 아들이 조 군에게 3개월이 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음에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피해 학생은 이미 부모님에게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부모님에게 전학을 보내달라고 하고, 용돈을 좀 더 달라고 하며,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다가 말거나, 어두운 표정을 보이고 있을 때 왜 그러느냐는 질문에 "사춘기라서 그래"라고 하며 대화를 피하는 등 자신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신호를 은연중에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피해 학생의 부모님은 정말 자신의 아들이 사춘기라서 그런 줄 알았다고 했다. 이 사례의 가해 학생인 조 군 또한 결손가정의 아이였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경우 어떤 방법으로든 다른 사람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은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아이들은 자랄 때 다 그렇다고 생각하며 놓치기 일쑤다. 하지만 자신의 피해 사실을 한 번에 말하는 피해 학생은 아무도 없다. 어른들이 따뜻한 말로 힘을 실어주고, 믿음을 주며, 피해를 당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숨기지 않고 말해주어 고맙다고 말할 때 피해 학생들은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말한다. 어른들은 이해 못 할 수도 있지만 피해 학생들은 자신이 피해를 당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수치스러워한다.

가해 학생들은 결손가정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학생들의 생활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들은 대부분 또다시 학교폭력을 저지르게 된다. 첫 번째 사례의 박 군은 사건 이후 환경의 변화가 전혀 없었고 학교폭력은 아니지만 다른 사건으로 보호유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두 번째 사례의 조 군 경우, 사건 이후 부모님이 조 군을 더욱 살뜰히 보살폈다. 필자 또한 조 군과 멘토를 맺고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지냈다. 그러자 조 군은 서서히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집에도 일찍 들어오고 친구들과도 원만히 지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꿈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하던 조 군이 이제는 운동선수가 되고 싶다고 하며, 자신의 꿈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위 어른들의 약간의 관심이 한 학생의 미래를 바꾸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어른들이 약간만 관심을 가져 주기만 해도 학생들의 탈선을 막아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으며, 학교폭력이 발생하더라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경찰과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어른들 모두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고 학생들을 돌봐 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야 학교폭력 근절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박장훈(대구성서경찰서 학교전담경찰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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