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식(58) 씨는 최근 앞산 고산골을 오르다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정상 인근에 이르자 전기톱 돌아가는 굉음이 울리며 수십 년 넘은 잣나무가 여기저기 베여지고 있었다. 유 씨는 "마치 숲이 파괴되는 것 같아 상한 기분으로 산에서 내려왔다"고 했다.
대구 앞산공원 잣나무단지의 간벌(솎아내기)이 대규모로 진행되면서 산림훼손 논란을 빚고 있다.
앞산공원 잣나무단지는 1983년 앞산 고산골 정상 일대 24만㏊ 규모로 조성됐으며 평균 높이 13m, 지름 20㎝의 잣나무 2만2천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문제는 지난 2월부터 2만2천여 그루 중 절반인 1만1천여 그루의 잣나무를 '생육환경 조성'을 위한 간벌을 명목으로 한꺼번에 베어냈기 때문이다.
앞산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2002년 한 차례 간벌을 한 것이 전부라 나무가 지나치게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통상적으로 간벌할 시기라 간벌사업을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산림 전문가들은 이번 간벌로 1㏊당 500그루 정도밖에 남기지 않아 목재 생산용에 해당하는 지나친 간벌이라는 견해다. 간벌 강도는 목재 생산용은 많이 하고, 산사태 같은 재난방지용은 적게 솎아낸다. 목재 생산 용도로 잣나무를 식재할 경우 1㏊당 3천~4천 그루를 심고 최종적으로 간벌한 뒤 500~800그루가량을 남겨두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이번 간벌은 이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박영대 대구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개인소유 산림이 아니라 공익 목적인 산림이라면 이 정도 수준의 간벌은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 지역주민을 위한 조경용 성격이 강하다면 좀 더 많은 잣나무를 살려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간벌이 시작된 이후 앞산을 찾은 시민들의 항의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앞산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고 무리하지 않게 간벌 수준을 결정했다. 사업 전에 현수막 등을 붙여 간벌사업을 알리기는 했지만 등산객에게 홍보가 부족해 오해를 불러온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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