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편짓글에 가족사랑 실어…칠곡향교 가족 연둣빛 편지화전

"사랑하는 엄마! 저에게 잘 대해 주셔서 고마워요. 요즘 엄마가 저를 아이 돌보듯이 하는데 저도 이제 중학생이에요. 조금은 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주세요. 안 된다 싶으면 돌아가면 되잖아요. 사랑해요!"

"크면 아버지와 결혼할 거라던 딸이 어느새 이렇게 커서 결혼을 앞두고 있네요.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기쁘면서도 부모님과의 독립이 조금은 두렵고 슬프기도 합니다. 앞만 보며 살아오신 아버지! 당신은 저에게 늘 슈퍼맨이시지요. 하지만 슈퍼맨도 무섭고 힘이 들 때가 있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정말 세월은 유수 같구려! 벌써 예순이라니. 없는 가정에 시집와서 수많은 어려움과 고생으로 자식을 키워 결혼시키고 이제 아무런 걱정 없이 즐겁고 행복한 삶을 보내야 할 텐데 생각지도 못했던 병마의 아픈 고통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안타깝고 괴로운 마음이오!"

오월의 하늘을 감동으로 물들일 사연들이 가득하다. 대구 북구 칠곡향교에서 정성 어린 손편지를 모아 놓은 가족사랑 연둣빛 편지화전이 9일까지 열리고 있다. 개성이 흠뻑 묻어나는 편지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귀하게 담겨 보는 이들의 감동을 엮어내고 있다.

일본과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가정을 이루며 삶을 꾸려가고 있는 다문화 가족의 사연을 비롯해 94세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보낸 편지, 남편이 병중에 있는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딸과 아들이 부모님에게 쓴 알토란 같은 글들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칠곡향교 박성규 전교는 "가족 사랑을 꽃피울 수 있도록 편지 전시회를 기획했다"며 "가족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칠곡향교는 8일 오후 7시부터 창작국악합주단 '여음'을 초청해 연둣빛 음악회 '각시방에 불을 켜라' 공연도 가진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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