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문화재인 소수서원 인근 선비촌에 불법으로 들어선 비닐하우스가 말썽을 빚자 장욱현 영주시장이 시청 간부 공무원들에게 "당장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말은 몇몇 간부 공무원들의 일방적인 무시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직원들은 상인들과 만나 오히려 양성화 방안을 논의했고 피 같은 혈세를 들여 역사미관지구에 다시 조립식 패널로 가설 건축물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원칙은 사라지고 꼼수만 남았다.
직원들은 시의회에 철거와 증축에 필요한 돈 3억6천만원을 요구했고 시의회는 승인했다. 하지만 소수서원관리사무소가 작성한 선비촌 저잣거리 식당가 가설 건축물 철거 및 증축 계획서에는 관리팀장은 물론 소장, 자치안전국장, 부시장, 시장 모두 결재한 사람이 없다. 꼼수행정은 펴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의회는 집행부가 올린 예산안을 여과 없이 통과시켰다.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혈안이 된 시의원들과 공무원들 간에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지면서 시 행정을 감시해야 할 의회가 눈뜬장님 짓을 했다. 시 관계자는 "시장으로부터 철거지시를 받은 문창주'석웅수 국장, 김훈 건축과장 등이 지난 1'2일 저잣거리 상가 세입자들과 소수서원관리사무소'선비촌 저잣거리 한 식당에서 잇따라 만나 비닐하우스 철거 및 양성화 방안을 세웠다"고 밝혔다. 불법 가설 건축물을 철거해야 할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꿩(비닐하우스) 대신 닭(조립식)을 선택한 것이다.
한 시의원은 "외부 인사들이 하루에도 몇 통씩 전화를 걸어 예산을 세워달라고 요구했고 지역구 시의원들은 반대하는 시의원과 실랑이까지 벌여가며 예산을 세웠다"며 "불법을 덮기 위해 또 다른 불법을 저지르는 시와 다른 의원들을 이해할 수 없다. 공무원들이 이런 경비를 요구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최근에 벌어진 일들은 법과 질서를 무너뜨린 것이다. 더욱이 시장의 권위도 추락시켰다.
영주시가 불법을 양성화해 주는 곳은 아니다. 불법을 덮기 위해 또 다른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결국 지역사회를 병들게 한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영주 마경대 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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