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인간을 위로할 목적으로 이름 붙여진 것이다. 많은 화가들이 절망을 딛고 명작을 그려낸 과정이나, 긴 전쟁 뒤의 정신적 폐해를 기반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이 발달한 모습은 반대급부의 성장에 대한 예술의 필연적 운명을 보여준다. 화가는 죽은 후에라도 자신이 남긴 그림으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지만, 한 인간으로서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불행한 삶을 산다.
그래서인지 고독과 예술의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속성을 곱씹는 과정이 오늘따라 씁쓸하다. 공연을 한 편 마치고 나면 허허벌판 위에 떨어진 것처럼 진공 상태가 된다. 얼마 전 대구연극제 참가를 기점으로 한껏 달아오른 짜릿한 성취욕도 오래가지 않았다. 질척한 고독이 젊은 창작자를 얼마나 성장시킬지, 내일에 대한 암묵적인 불안감이 연우처럼 마음을 적신다.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 4차원의 공백이 없다면, 위장과 방광에는 알코올밖에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전두엽에 기생하는 영혼의 일깨움, 그 단맛이 예술이라 예술의 본질적인 생산도구인 작품은 자식과 같은 마음으로 출산해야 하는 것. 그것과 마찬가지로 태교에 임하는 자세는 다독이 최우선이며, 산고의 고통이 따르는 것은 고루한 이치이다.
평이한 2차원이 일반화에 따르는 패턴이라면, 4차원이란 좀 더 고차원적인 성능이 아닐까. 공기와 바람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존재하는 심리 심층부의 무의식 같은 세계. 우리가 꿈꾸는 미래에 대한 그림도 희망이라는 단어 안에도 4차원이라는 시뮬레이션 공식이 녹아들어 있다. 모두가 2차원적인 일반화에 만족하고 산다면, 판타지 작품에 대해 느끼는 신비스러움은 자연히 배척될 것이고, 과학과 천문학은 발달하지 않았을 것이며, 우주공상과학영화는 탄생하지도 않았을지 모를 일이다. 이들 모두는 4차원 이상의 경지를 바탕으로 고차원적 에너지에 따르는 내공이 필요한 것들이다.
도전의식이 멸종 위기에 놓인 것처럼 젊음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젊음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그저 철모르는 무지함이 아니라 팽배하게 늘어선 고정관념과 선입견 혹은 패배의식으로 점철된 실패의 성과물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다. 나이 또한 젊음과 반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미래의 큰 설계도를 그리기 위해 젊은이들은 연필심을 갈아야 한다. 단연코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젊음의 패기를 젖혀두고 좌절 앞에 무릎 꿇지 말라. 오늘은 알코올로 위장을 달래고 휘황한 밤거리에 취해 비틀거려도, 우리에겐 젊다는 그 자체만으로 비장의 카드가 주어진 것 아닌가. 날이 선 펜촉 끝에 비축된 도전의식을 잉크 삼아 미래를 위한 이정표와 밑그림을 그릴 때, 모두가 도화지 안에서 사랑하고 꿈꾸며 행복하길 바란다. 이왕지사 숨 쉬고 사는 날, 미래는 뚜렷하게 그리되 꿈은 아름답게 채색해야 미래로 가는 이정표가 더욱 선명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뮤지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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