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130억 들였건만…DTC '망신 개관식' 조짐

사무실 임대계약 고작 45%·박물관 전시품 마련 애먹어

개관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DTC)가 관장 해임과 50% 이상의 공실률, 박물관 전시품 구비 미비 등 난맥상을 노출하고 있다. 대구시 동구 봉무동의 DTC 전경. 매일신문 DB
개관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DTC)가 관장 해임과 50% 이상의 공실률, 박물관 전시품 구비 미비 등 난맥상을 노출하고 있다. 대구시 동구 봉무동의 DTC 전경. 매일신문 DB

이달 말 개관을 앞둔 '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DTC)가 문도 열기 전에 표류하고 있다.

기업'상가 임대공간 입실률과 섬유박물관 전시품 확보량도 목표치에 한참 미달하는 데다 설상가상으로 초대 관장이 선임 한 달여 만에 갑작스레 해임되면서 '선장'도 없이 개관할 판이다.

이달 29일 개관을 앞둔 DTC는 곳곳이 텅 빈 상태로 문을 열게 됐다. 7일 현재 업무'상업공간 120곳 가운데 임대 계약이 체결됐거나 확실시된 공간은 54곳(45%)에 그친다.

또 DTC 내에 마련될 섬유박물관은 당초 민간 출자로 48억원 규모의 전시품을 마련한다는 계획과는 달리 29억원 상당의 물품만 가치평가를 마친 상태다. 아직 심사하지 않은 1천여 점의 유물이 있으나 개관일까지 나머지 19억원(40%) 정도의 전시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DTC를 위탁 관리하는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이하 섬산련) 관계자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박물관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연말까지 공실률을 30%로 낮추고 전시품도 꾸준히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DTC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대구시가 DTC에 국비와 시비, 민자 등 1천130억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도 섬유업계를 대상으로 이곳의 존재 가치나 입주 혜택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한 섬유업체 관계자는 "자기 공장을 버젓이 두고 굳이 임대료를 내 가며 입주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며 "섬산련 이사진 중에도 DTC에 입주하지 않은 기업인이 많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DTC의 난맥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섬산련은 6일 이사회를 열고 조호현 DTC 관장의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3월 23일 관장을 선임한 지 40여 일 만에 나온 결정이다 보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 관장의 해임은 11일 이후로 예정됐지만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시가 DTC 운영'관리를 섬산련에 위탁한 것도 오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시의 주력 사업 공간을 관련 업계 인사들이 관리하고 이를 다시 시에 승인받는 모양새라 잡음이 생길 우려가 크다는 것.

지역 대표적 섬유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DTC 관장은 섬산련이 선임하고 대구시가 승인하게 돼 있다. 서로 인사권을 놓고 불필요한 갈등을 낳을 수 있다"며 "이번 조 관장의 해임도 이 같은 갈등이 표면화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고 설명했다.

섬산련은 DTC가 개관한 이후 새 관장을 공모할 계획이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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