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창] 원전 추진에 영덕군민은 없다

#지난해 11월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영덕을 방문했다. 정 전 총리는 당시 울진에서 신한울원전 건설의 대가로 울진군에 대안사업비 2천800억원을 지원하는 협약식에 참석한 후 영덕에 들렀다. 한눈에 원전예정부지와 청정 영덕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에서 원전 예정부지 현황판을 들여다보며 브리핑을 듣던 정 전 총리에게 이희진 영덕군수는 "원전이 추진되면 전국적 명성의 64㎞ 해안 트레킹 코스 '블루로드'가 끊기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건의했다. 정 전 총리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뿐이었다.

#지난달 6일 영덕군의회 원자력특별위원회(이하 원전특위)의 원전 관련 주민 여론조사를 앞두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장관이 이강석 군의회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윤 장관 측은 부인했지만 여론조사 문항 중 건강 관련 문항을 빼줄 것과 여론조사 시기 연기도 언급했다는 것이 이 의장의 확인이다. 산자부 장관까지 나설 정도로 해당 여론조사 문항에 문제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산자부'한수원이 영덕군이나 의회와 함께 공동여론조사를 실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산자부는 영덕군만 앞세워 놨을 뿐 주민의견 수렴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제7차 전력수급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영덕군을 통해 지난 설 명절 전후 경로당에 쌀 돌리기와 4월 영덕군민의 날 경품지원을 비롯해 영덕에서 열리는 몇몇 행사에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금전적 지원을 하며 '돈맛 길들이기'에 열심이다. 일부에선 이에 편승해 '눈먼 돈'을 찾아 한수원 주변을 기웃거리는 집단들이 더 없는 기회라며 다투고 있기도 하다.

이 세 가지 장면들의 공통점은 뭘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원전 추진에 '군민은 없다'는 것이다. 군민들의 자랑인 블루로드는 반 토막 나든 말든 상관없다. 또 정당한 군민 여론수렴과정은 뒤에서 왜곡하려 하고 가난한 영덕군에 돈 몇 푼이면 영덕의 미래까지 사버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행태로 미뤄보면 산자부'한수원은 6월 7차 전력수급계획에 영덕원전을 포함시켜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농어민단체와 환경단체로 구성된 원전백지화범군민연대가 자체적인 주민투표 강행의사를 밝혔지만 산자부와 한수원은 실현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듯하다. 또한 원전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사와 영덕의 미래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군민들을 얕잡아 보다 주민투표를 통해 원전반대가 재확인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진정성 없이 영덕 사람들을 무시하는 얄팍한 꼼수와 돈 놀음으로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없다.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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