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어벤져스2' 배우 수현

어느새 월드스타 반열…벌써 러브콜 밀려드네요

"'어벤져스2' 레드카펫 프리미어 행사 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저를 굉장히 반가워해 주시는 걸 느꼈어요. 기분이 정말 좋았죠. 또 외국 연예인들이 저를 팔로잉하는 일도 생기니 정말 신기하기도 하다니까요."(웃음)

배우 수현(30)은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가 됐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으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드라마 '마르코 폴로' 시즌 1에서 인사했고, 최근 시즌2 촬영에도 합류했다. 이제 수현은 이병헌, 배두나 등 할리우드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의 주요 배우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사실 수현은 2006년 중화권 스타 성룡으로부터 '러시아워3'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정식 연기자 데뷔를 하기 전, 프로필을 본 성룡이 연락을 해왔는데 오디션 생각도 없었고, 오디션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라 참여하지 않았다. 한 번의 기회를 놓쳤지만, '나도 기회만 있다면 큰 시장에 나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은 하게 했다.

기회는 다시 왔다. 같은 소속사인 배우 다니엘 헤니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욕심이 생겼을 무렵이다. 2013년 11월, 수현은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오디션을 봤다. 감이 좋았다. 오디션을 끝내고 나오면서 매니저에게 "왠지 나 합격한 것 같은데?"라는 말을 건넸다. 눈물이 흘렀단다.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비록 '분노의 질주7' 오디션에는 떨어졌지만 '어벤져스2'에는 붙었다.

많은 배우가 참여하는 오디션에 대한 중압감이 꽤 컸을 것 같다고 하자, 그렇지는 않았단다. 수현은 "오디션을 즐기게 된 것 같다. 내 이름을 더 큰 무대에 알릴 수 있게 되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며 "실제 성격은 수줍어하기도 하고 내성적인 면도 있지만, 실전에서는 강한 것 같다"고 웃었다.

마블 군단에 한국인 첫 탑승자가 된 수현. 천재과학자 헬렌 조 역을 맡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어벤져스 군단이 인류의 적 울트론과 맞서 싸우는 '어벤져스2'에서 어벤져스 군단을 도와주는 천재 과학자 헬렌 조는 분량이 많진 않지만 역할은 중요하다.

그가 헬렌 조를 연기할 수 있었던 건 조스 웨던 감독의 공이 크다. "사실 '어벤져스2'에 한국의 인지도 있는 배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조스 웨던 감독님은 '나는 클라우디아(수현의 영어 이름)와 함께 갈 거야'라며 저를 계속 추천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고마웠죠."

웨던 감독은 '어벤져스' 다음 편을 연출하지는 않기로 했다. 수현은 감독의 하차 소식에 아쉬울 법하다. 하지만 그가 영화에서 수행한 역할과 원작 만화대로라면, 수현의 다음 편 등장도 기대할 만하다. 수현은 "마블은 의리가 있다"며 기대했고, 또 "웨던 감독님 다른 영화 출연을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수현은 '어벤져스2'에 출연한 것만도 좋았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분량 욕심이기도 하고, 어벤져스 군단과 친분이 그리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레미 레너가 맡은 호크 아이를 제가 치료했는데 '상당히 잘 치료한 것 같아!'라며 상처를 찔러보기도 하고 들춰보기도 하는 신이 있었는데 편집됐어요. 좀 더 편해 보이고, 친한 것처럼 나올 수 있었는데 아쉽죠. 헬렌이 과학에 열광하는 모습만 더 드러났네요."(웃음)

수현이 해외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던 건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영어 덕이 크다. 5세 때 미국으로 가 6년을 살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영어를 놓지 않았다. 욕심을 부려 계속 공부했다.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는 그는 영어권 영화와 드라마, 노래로 실력을 쌓았다.

사실 그는 TV 앵커와 기자 등 미디어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방향이 바뀌었다. 2005년 한'중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출전해 1위에 입상하면서다. 이후 2006년 드라마 '게임의 여왕'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도망자 플랜 B' '브레인' '7급 공무원' 등에 출연했다. 하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비슷비슷한 '차도녀'가 그의 이미지가 됐다. 이미지로 캐스팅하는 한국의 시스템 탓이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달랐다. 수현은 "한국에서는 어디서 자랐고, 어떤 성향인지 먼저 살피고 이미지로 묶여버린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나에 대한 편견 없이 오로지 연기만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마블의 신데렐라'라는 별명이 생겨 버린 수현. 이 별명은 다소 수동적이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배우는 작품 인연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누군가 선택을 해줘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수동적인 개념의 별명을 얻은 게 아쉽거나 불편하지 않아요. 당연히 지금까지 제가 한 역할은 이미지적인 게 전부였어요. 이제는 배우로서 더 보여주고,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벤져스2'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니라서 좋았다"는 수현은 할리우드에서 동양 배우로 활동하기에 장벽은 있지만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했다.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김윤진처럼 말이다.

"김윤진 선배는 미국 드라마에 출연하는데 어찌 보면 '섹스앤더시티' 같은 드라마처럼 외국 여성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사는 모습으로 나오잖아요. 한국인이 크레디트의 주인공으로 이들과 어울린다는 게 멋진 것 같아요. 또 루시 리우나 매기 큐 같은 경우 아무도 동양인이라고 보지 않아요. 서양인이죠. 하지만 김윤진이라는 배우는 한국인으로서 연기를 해요. 그런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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