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早上好!(자오상 하오, 아침 인사)
알라딘의 요술램프 같은 스마트폰과 여행 동반자 정무환'김현지 씨의 명민함, 최재수 기자의 경험, 그리고 답답하면 무조건 들이대는 나의 아줌마 근성을 믿고 무작정 상하이로 떠났다.
1시간 40여 분을 날아 넓디넓은 푸둥국제공항에 안착했다. 룽양루역까지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탄 다음 난징둥루역에서 내렸다. 다시 10호선으로 환승해 라오시먼역에서 내려 약 10분 거리에 있는 호텔을 찾았다.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갔다.
첫 번째 들른 곳은 예원. 돌과 연못, 옛 건물이 어우러져 색다른 느낌을 주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정원이다. 이 순간만큼은 내 정원이라 착각도 해보고, 아버지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아들이 정성 들여 만들었다는 효심에 감동하고, 청나라 시절 영국군이 들어와 막사로 이용하기도 했다는 역사도 생각하면서 천천히 둘러봤다.
중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식. 샤오롱바오로 유명한 딤섬 가게는 몇십m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있다. 줄을 서서 15위안으로 먹을 것인가 아니면 식당 안에서 35위안에 먹을 것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편한 쪽을 택했다. 최 기자와 현지 씨는 잘도 먹는데 필자의 입맛엔 맞지 않았다. 기념품 로드숍에 들어가 선물을 구입할 때 문득 북방중국어학원 방민아 선생님이 전수해준 흥정의 비법이 생각나 바가지를 쓰지 않았다. 가격을 물으니 '20위안'이란다. 가격을 깎아달라며 '10위안'이라고 하니 '안 된다'면서 고개를 흔든다. 그냥 가려고 하자 주인이 필자의 팔을 잡았다. 결국 10위안에 구입했다. 앗싸!
◆中午好!(쭝 우 하오, 점심 인사)
10년 상하이를 보려면 푸둥을 보고, 100년 상하이를 보려면 와이탄을 보고, 천년 상하이를 보려면 치바오를 보라는 중국말이 있다. 물 위에 있는 가옥이 있는 수향마을 치바오에 갔다. 수많은 세월을 품고 여전히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상하이 외곽의 수향마을 사람들의 삶이 편안하고 즐거워 보인다. 우리가 들른 한 가게에서 중국 청년이 걸그룹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흥얼거리는 걸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함께 불렀다. 나이를 물으니 23세란다. '나는 48세'라고 했더니 '그렇게 안 들어 보인다'고 하길래 '여자친구가 참 예쁘다'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100일 동안 중국어 배운 덕을 톡톡히 봤던 순간이었다.
치바오엔 먹거리가 다양했다. 코코넛 우유, 새우계란빵, 취두부, 양꼬치, 닭다리구이, 메추리구이, 참새구이, 간장족발 등 대부분 음식들은 패스하고 그나마 만만한 꽃게 꼬치와 기름에 지진 두부를 맛봤다.
◆晩上好!(완 상 하오, 저녁 인사)
와이탄에서 바라보는 황푸강 건너 푸둥의 야경은 한마디로 신세계 그 자체였다. 이보다 더 멋지고 화려한 야경은 신이 더 이상 허락하지 않을 것만 같아 보였다. 연신 '예쁘다! 멋있다! 아름답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였다면 무작정 포옹했을 정도로 황홀했다. 반면 와이탄의 야경은 강 건너와는 대조적으로 온통 황금빛으로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체국, 은행, 숙박시설로 세워진 유럽식 건물들이 100년이 넘은 지금도 역사를 간직한 채 호텔과 럭셔리 부티크숍, 레스토랑, 갤러리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건물 꼭대기에서 덩그러니 휘날리는 오성홍기가 살짝 눈에 거슬리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夜晩好!(예 완 하오, 밤 인사)
마천루들이 즐비한 푸둥지역에는 상하이국제금융센터(SWFC'492m)와 진마오타워(421m), 동방명주(468m), 상하이타워(632m)가 위풍당당하게 병풍처럼 둘러 서 있다. 그중 SWFC에서 동방명주를 감상하는 뷰가 최고라 해서 입장료 180위안을 내고 입장했다. 100층까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초고속으로 올라가 스카이 워크를 걷자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살짝 건물도 흔들리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것, 가장 높은 것은 중국에 있어야 한다는 그들의 욕심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동방명주의 보라색과 푸른색 조명이 수시로 변하고 황푸강 유람선이 유유히 떠다니는 정적인 듯 동적인 상하이 야경은 이번 여행의 백미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3박 4일이 지났다. 처음 중국어를 대한 애정만큼이나 깊은 가슴 떨림을 갖고 다녀온 여행이었다. 한동안 수향마을 향수에 젖어 노바디를 흥얼거리게 되지 않을까.
글 곽필남(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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