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플라스틱 안경테 금속성 도색 "8억 수출 보이네"

안경 브랜드사 '렙터디오씨'…지난달 디옵스 바이어 호평, 중국 단독총판 제의도

랩터디오씨 김경민(가운데) 대표와 김성제(오른쪽) 이사, 이봉석 디자이너가 플라스틱 안경테에 금속성 컬러를 구현한
랩터디오씨 김경민(가운데) 대표와 김성제(오른쪽) 이사, 이봉석 디자이너가 플라스틱 안경테에 금속성 컬러를 구현한 '알루미라이트' 안경을 소개하고 있다. 홍준헌 기자

랩터(벨로시랩터'Velociraptor, '날렵한 사냥꾼'이라는 뜻)는 약 7천만 년 전인 백악기 말엽 키 0.5m, 길이 2m의 작은 몸집으로 무리지어 다니며 체중 180㎏의 프로토케라톱스를 공격한 겁 없고 영리한 공룡이다.

특수 컬러 전문기업 다이텍(DYTECH)의 김경민(39) 대표가 이 공룡의 이름을 따 지난해 10월 출시한 안경 브랜드사 '랩터디오씨'(Raptor DOC)도 대형 안경기업과의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신생 업체다. 직원이 통틀어 8명뿐인 이들 회사가 개발한 '알루미라이트' 안경은 자체 디자인한 플라스틱 안경테에다 나노 입자의 수용성 페인트를 활용한 금속성 도금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기존 플라스틱 안경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다양하고 선명한 채색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디옵스(DIOPS'대구국제안경전)에 참가한 국내외 안경 전문가들은 "대구 안경 산업의 살길은 저가 경쟁에서 디자인 경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랩터디오씨도 같은 생각이었다. 김 대표는 "한계에 다다른 안경 디자인을 개선하고자 플라스틱 안경테에 금속 도금 기술을 접목하려고 했다. 그러나 고분자 물질인 플라스틱에 금속성 페인트의 큰 입자가 잘 달라붙지 않았다"며 "수용성 페인트에 주석을 섞고 특수 장비를 이용해 그 입자를 매우 작게 만들었더니 도색이 벗겨지지도 않고 알루미늄 아노다이징(산화 알루미늄 피막을 입히는 도금 기법)을 한 듯한 광택이 났다"고 설명했다.

랩터디오씨에 따르면 국내에서 안경 도색에 수용성 페인트나 나노 입자 페인트를 사용한 것은 이들이 최초다. 수용성 페인트는 희석제로 시너 대신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데다 인체에도 덜 해롭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알루미라이트' 특허를 올 하반기 중 취득한다.

디자이너 이봉석(38) 씨가 고안한 독특한 프런트 디자인도 다른 안경과의 차별점이다. 곡선과 직선을 적절히 아우른 선 굵은 프런트에다, 고주파 부분접합 방식을 이용해 나사를 쓰지 않고도 금속 다리와 플라스틱 프런트를 접합했다.

디자인 특화에 집중한 전략은 시장에 제대로 통했다. 랩터디오씨는 지난달 디옵스에 참가해 외국 안경 바이어들과 수출 상담을 마쳤으며 일본 5억원, 중화권 1억원, 유럽 2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일부 업체는 자국 내 단독 총판권을 요구해 계약 내용을 조율하고 있고, 아랍에미리트 한 업체 관계자는 수입에 앞서 샘플을 8만9천달러(약 976만원)어치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아직 그만한 물량을 생산하지 못해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랩터디오씨는 이달 30일쯤 대구 동구 입석동에 매장을 내고 판매를 시작한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안경 디자인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 머지않아 대구 곳곳에서도 유럽에서처럼 다양하고 화려한 안경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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