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벼랑끝 선택하는 아버지…한번만 다시 생각하세요

2013년 40대, 50대 293명 자살…대구 전체 자살자의 44%

#지난 2월 대구 북구 동천동 한 주택 안방에서 A(47) 씨가 넥타이에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아내와 20대 아들이 있었던 A씨는 3개월 전쯤 실직한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각했고 가족과 말다툼도 잦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지난 1월 남구 대명동의 한 50대 가장이 부인에게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너무 힘들다"는 말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정한 직업이 없었던 그는 은행 대출로 가족 생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팍팍한 현실 앞에 세상을 등지는 '중년 가장'들이 늘고 있다.

◆자살을 선택하는 위기의 가장들

목숨을 끊는 40대와 50대는 전체 자살자 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대구지역 자살자 수는 666명이었다. 이 중 40대와 50대는 293명으로 전체 자살자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40, 50대 자살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구지역 2013년 자살자 수는 2003년 500명과 비교하면 10년 새 33.2% 증가했지만 동기간 40대는 104명에서 150명으로 44.2%, 50대는 81명에서 143명으로 76.5% 급증했다.

특히 40, 50대 중 남성의 자살이 눈에 띄게 많았다. 2013년 40대 자살자 150명 중 107명, 50대 143명 중 108명이 남성이었다.

40, 50대 남성 자살이 많이 늘어난 원인은 과도한 경쟁, 가족부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압박 등이 꼽힌다. 이 때문에 우울감이나 심한 무기력감을 느끼게 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이종훈 대구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사회생활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40, 50대 남성들은 우울감이 있어도 병원 찾기를 꺼린다. 치료할 수 있는 경우에도 병원을 찾지 않아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있으므로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했다.

◆부모'자녀'노후까지 삼중고 겪는 가장들

중소기업 부장인 김모(54) 씨는 최근 불안과 초조함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정년은 다가오지만 노후 준비는커녕 아직 큰돈이 들어가야 할 일이 많아서다. 서울에서 사립대에 다니는 딸과 고등학생 아들의 교육비에 월급이 고스란히 들어가는 데다 노모의 병원비로 2천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마저 바닥을 드러낸 때문이다. 이 시대의 가장들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 부양에다 자식 교육, 본인 노후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장들의 자살을 예방하려면 가족과의 관계는 물론 대인관계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각박한 사회생활 속에서 위로받을 곳이 없는 가장이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마저 단절되면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서업 한국자살예방센터 대구경북지부장은 "가족을 위해 바쁘게 살고 희생하는 40, 50대 가장의 경우, 가족의 위로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장 중요한 자살예방책"이라고 말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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