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중앙정부에서 임명하던 단체장들을 이제는 시민의 손으로 뽑고 있다. 민선단체장은 관선단체장보다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것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자치단체와의 '소통 지수'는 크게 높지 않다. 인터넷 등을 통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는 열려 있지만 자치단체장과 시민 간 쌍방향 소통은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대구시가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시민원탁회의'가 공감을 얻고 있다. 시민 수백 명을 한자리에 모아 특정 시정현안에 대해 끝장토론식으로 진행하는 원탁회의는 출발 동기가 '시민과의 소통'이다.
◆소통의 장 '원탁회의'
시민원탁회의는 권영진 대구시장의 후보시절 주요 공약 중 하나다. 현장 대면과 소통을 중시하는 권 시장은 선거 때부터 민생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듣는 방식을 고수했다. 대구시 김태성 시민소통과장은 "시장 취임 이후 시민이 제기하는 민원에 대해서는 현장을 방문해 해결책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러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 원탁회의"라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대구시정과 주요 현안은 시 공무원과 시의회가 처리하는 '전유물'과 같았다. 하지만 원탁회의는 대구시정과 주요 현안을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대규모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취지로 탄생했다.
권 시장 취임 두 달여 만인 지난해 9월 16일 첫 회의가 열렸다. '안전한 도시, 대구 만들기'라는 의제로 열린 첫 원탁회의에 총 412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김태일 대구경북학회장은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직접 듣는 새로운 토론문화가 감동적이었다"며 "시정혁신을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평했다.
실제 대구시는 회의 결과를 반영한 '안전한 도시, 대구'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소요예산 반영을 추진했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대구시정과 주요 현안에 시민이 직접 참여해 변화를 이끌어냈다.
원탁회의에 참여한 한 시민은 "그동안 내가 느끼는 불만을 이야기할 곳이 없었는데 이날만큼은 다른 시민과 공무원들이 내 목소리에 집중하더라"며 "당장 해결이 되지 않더라도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고 말했다.
◆업그레이드된 원탁회의
첫 원탁회의에서는 문제점도 발견됐다. 추진과정에서 시의회와 사전협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특히 운영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했다는 의견과 함께 토론 결과 도출된 내용에 대한 실효성 의문이 제기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시는 곧바로 시민원탁회의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으며, 올해 원탁회의 개최에 따른 예산을 확보했다. 또 중립성과 운영 노하우가 있는 전문기관을 선정해 원탁회의 진행을 맡겼다. 예산절감을 위한 방안으로 공공시설물을 활용하고 이벤트 공연 등에서도 사회적 기업의 참여를 유도했다.
황종길 시민행복국장은 "올 1월부터 시민원탁회의를 이끌어갈 운영위원회를 꾸렸다"며 "2월 시민원탁회의 운영 규정을 제정한 데 이어 4월 민간전문가와 공무원으로 구성된 15명의 시민원탁회의 운영위원회가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운영위원회의 회의를 거쳐 올해 첫 원탁회의의 토론 주제를 확정했다. 좀 더 세분화된 주제를 통해 결론을 손쉽게 도출하고 더욱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원탁회의가 탄생했다.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지난해 실시간 무선투표 등 IT와 접목한 원탁회의 기술도 다듬었다.
업그레이드한 원탁회의는 이달 11일 올해 처음 선을 보였다. 시민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회의에 참가한 장기식 씨는 "원탁회의가 끝날 때까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대구가 바뀌려는 의지가 보이는 듯하다"며 "나의 의견이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자리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논리가 쌓이고 좋은 아이디어로 다듬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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