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교단에 서야겠단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대구동천초등학교 박은미(38) 교사는 외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 3대째 교직에 몸담고 있다. 또 언니와 형부도 교사고 외삼촌 2명은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박 교사의 외할아버지 강석교(94) 옹은 지난 1986년 대구동곡국민학교 교장 퇴임 때까지 42년을 교직에 몸담았다. 아버지 박성욱(74) 씨도 1997년 대구 성광고 교감을 마지막으로 퇴직할 때까지 30년을 봉직했다. 언니 박은애(43) 씨는 성광중학교, 형부 김규형(45) 씨는 구미 경구고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이들 5명의 교직 경력을 합하면 124년에 이른다. 박 교사 가족은 스승의 날인 15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로부터 '교육 명가상'을 받는다.
박 교사는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의 말씀이 교직에 종사하는 데 가장 큰 디딤돌이 됐다고 했다. 박 교사는 "대구사범학교를 거쳐 교직의 길에 들어선 외할아버지께서는 일제강점기에도, 전쟁으로 인해 혼란한 시기에도 '교육만이 힘'이라고 하시며 교직에 매진하셨고 자연스레 외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교사의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박 교사의 어머니도 나중에 선생님과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박 교사는 어린 시절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던 아버지 학교의 '고교생 오빠'와 함께 지냈다고 했다. 그 학생은 박 교사의 집에서 머무르며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 이 일에 대해 박성욱 선생님은 "부모님의 부도로 방황을 거듭하던 제자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면서 "2년 가까이 보살핀 제자가 대학에 진학하고, 지금은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했다.
평소 "선생님이 멋진 직업이니 교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딸 2명도 교직에 몸을 담았다.
'교육 명가상' 시상에 앞서 3대 교육가족은 14일 외할아버지댁에 모였다. 구순을 훌쩍 넘긴 강 옹은 "나도 내 할 일을 열심히 했고, 너희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직분을 다하다 보니 이런 자리가 주어져 영예롭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성욱 선생님도 "교육이 어렵다고 하지만 사랑으로 감싸주면 문제가 풀린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름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대하면 비록 시간이 오래 걸려도 다 해결되더라. 긍지를 갖고 교직에 임해 달라"고 후배 교사들에게 당부했다.
이석수 기자 s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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