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그림 속의 말 찾기

지난해 연말부터 대구의 문화관련 기관 대표와 중추 직책을 맡은 인사의 물갈이가 이뤄지는 중이다. 대구시민회관과 대구문화예술회관의 관장이 바뀌었고, 대구문화재단 사무처장과 대구뮤지컬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 직에도 새사람이 앉았다. 오페라재단 예술본부장은 공모를 통해 전임 본부장이 뽑혔고, 아양아트센터는 지난해 말 관장의 사임 뒤 아직 공석이다. 또, 대구문화재단대표는 곧 공모에 들어갈 예정이고. 대구오페라재단 대표도 10월 말로 임기가 끝난다.

기관과 단체에 따라 이들 직책의 성격과 역할은 조금씩 다르지만, 매우 중요하다. 대구 공연예술 발전을 좌우하는 중추적인 축이어서다. 이 때문에 새로 직을 맡았거나 새로 뽑을 인사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인재 발굴에 한계가 있다 보니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예를 들면, 한 기관의 장을 했던 인사가 다른 기관의 공모에 선발되는 사례가 많다. 외관상으로는 자리만 옮기는 형태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두 개의 상반된 해석이 동시에 가능하다. 첫 번째는 전직(前職)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도 다른 자리로 가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어떤 공모를 해도 응모자는 대개 비슷하고, 그들 중 하나가 뽑히니까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사례를 반복한다. 두 번째는 이들 모두가 이곳저곳을 돌아가며 맡아도 충분할 만큼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후자는 개인 역량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여부와 대구시민이나 대구 문화예술계의 동의(同意) 여부는 무시한 것이다.

사실, 사람마다 잣대는 다르겠지만, 시민 세금으로 보수를 주고, 각종 행사를 치른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 기준은 엄격하다. 전문성과 기획력을 갖춰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공평무사하고, 인성 좋고, 청렴성까지 겸비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재가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중국 제나라 경공은 말을 좋아했다. 그래서 화공에게 멋진 말을 그리게 하고는 신하에게 그림과 같이 생긴 말을 찾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신하는 찾을 수가 없었다. 이는 책에 나오는 완벽한 현인(賢人)을 세상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비유한다. 그림 속의 멋진 말은 현실에는 없는 말과 동의어지만, 이러한 말 찾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찾아낸 말이 그림 속 최고의 말과 비슷한 구석이 얼마나 있느냐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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