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밀양 할매 할배들 지음 / 한티재 펴냄

사람들은 '밀양 송전탑 싸움'이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밀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송전탑 공사가 완료되고 시험송전까지 마쳤지만 여전히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220여 가구는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또한 5개월째 철탑 선하지(전선이 지나가는 아래의 땅) 움막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주민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한전 사장의 공식 사죄 ▷피해 실사 기구 구성 ▷노후원전 폐쇄 등으로 철탑 불필요 시 철거 등이다. 그러나 이미 철탑을 완성한 한전은 이에 대해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 패배감을 떨치고 무언가 새로운 비전을 찾기 위해 주민들은 바깥 나들이를 생각해냈다. 10년의 싸움을 통해 밝혀 놓은 것과 그럼에도 여전히 진행되어야 할 과제를 사회에 제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은 밀양 어르신들이 발로 쓴 보고서이다. 3월 한 달 동안 밀양 할매 할배들은 전국의 핵발전소와 송전탑 지역 2천900㎞를 누비고 다녔다. 밀양 주민들은 핵발전소에서도 기가 죽지 않았다. '밀양에서 왔다'는 이유로 이미 약속된 견학을 취소하자 버티고 농성하면서 끝내 방문을 받아내는가 하면(고리 홍보관), 최첨단 기술과 안전 제어를 자랑하는 직원의 설명을 듣고서는 "사람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 봤자 물 끓이는 공장이네"라며 단순 명쾌하게 결론지었다.

상동면 주민 김영순 씨는 기죽지 않고 이렇게 일갈한다. "저는 이 일을 나라 지키는 일이라고 하거든예. 농성장 당번 서는 날에 집을 나서면서 우리 아저씨한테 '나라 지키러 갑니더'하고 나옵니더. 저는 나라 지키러 간다 카지, 데모한다 카지 않습니더." 264쪽, 1만5천원.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