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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한국 야구의 뿌리] 고교야구의 별들 이제는 사자군단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며 통합 4연패의 위업을 이룬 삼성라이온즈 선수들이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며 통합 4연패의 위업을 이룬 삼성라이온즈 선수들이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달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한 경북고 야구부. 경북고 야구부 제공
지난달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한 경북고 야구부. 경북고 야구부 제공
1970, 80년대 고교야구의 인기는 지금의 프로야구 인기가 부럽지 않았다. 경북고 야구단이 1981년 봉황기 우승을 한 후 도심 퍼레이드를 펼치는 모습.
1970, 80년대 고교야구의 인기는 지금의 프로야구 인기가 부럽지 않았다. 경북고 야구단이 1981년 봉황기 우승을 한 후 도심 퍼레이드를 펼치는 모습.
경북고와 함께 대구지역 고교야구의 양대산맥을 이뤘던 상원고(옛 대구상고)도 고교야구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경북고와 함께 대구지역 고교야구의 양대산맥을 이뤘던 상원고(옛 대구상고)도 고교야구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야구도시 대구의 뿌리는 지역 고교야구 선수 출신들!"

프로야구 통합 5연패를 향해 순항 중인 대구 연고의 삼성라이온즈. 2000년대 들어서면서 왕년 야구 명가 해태타이거즈의 전성기 못지 않은 전적을 자랑하고 있다. 그 힘의 원천은 여러 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출발점은 지역 고교야구 출신들의 눈부신 활약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라이온즈는 롯데자이언츠와 함께 프로야구 원년(1982년)부터 현재까지 한 번도 연고지와 구단명을 바꾸지 않은 구단이다. 삼성은 앞으로도 대구다. 모기업인 삼성그룹의 전폭적인 지원과 시스템 야구를 추구한 점도 최강팀으로 최근 4년 동안 왕좌(통합 4연패)의 자리를 누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번주 주말판은 구도(球都) 대구의 뿌리, 고교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34년째 삼성 구단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지역 고교야구 출신들을 파노라마처럼 살펴보고, 현 고교야구의 녹록지 않은 현실도 짚어보고, 고교야구의 부활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생각해본다. 대구 고교야구 전성기 시절을 직접 체험한 서석진 TBC야구해설위원을 모시고, 그의 추억담도 들어본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원년 사자군단의 초석, 고교야구

삼성라이온즈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1970년대 고교야구 돌풍을 일으켰던 대구의 양대산맥 경북고-상원고(옛 대구상고) 출신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꾸려진 명실상부한 대구경북 연고팀이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했던 선수들이 즐비했다. 경북고 출신의 황규봉-이선희-함학수-배대웅-천보성-김성래 그리고 상원고 출신의 이만수-장효조-김시진-양일환.

삼성라이온즈는 1982년 2월 3일 위대한 탄생을 알렸다. '대구 야구의 대부'로 불렸던 서영무가 초대감독 자리에 올랐고, 우용득-임신근 코치를 필두로 권영호-이선희-황규봉-성낙수-이만수-배대웅-서정환-함학수-천보성-허규옥-장태수-정현발-오대석 등이 선수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두 고교 출신의 선수들은 1985년 프로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코리안시리즈가 필요없는 통합우승(전기-후기리그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당시 팀 승률 7할대(0.706)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 역대 최고 승률이다. 2위였던 롯데자이언츠와는 무려 1할7푼의 차이가 났다.

이후에도 지역 출신의 스타급 플레이어들은 조상의 대를 잇듯 쏙쏙 등장했다. 경북고 출신으로는 성준-류중일-김현욱-이승엽-강동우-배영수-김상수, 상원고 출신으론 김성갑-이종두-양준혁-전병호-안지만-백정현-우동균 등이 후생가외(後生可畏)의 모습을 보여줬다. 대구 고교야구의 빅3인 대구고 역시 야구명가 삼성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강기웅-김상엽-김진웅-박석민-정인욱 등이 대구고 출신이다.

삼성라이온즈 야구단 이정빈 홍보과장은 "우리 구단의 뿌리는 역시 지역 출신의 스타급 고교야구 선수 출신들"이라며 "삼성이 구도 대구에서 프로야구의 꽃을 피웠다"고 말했다.

◆삼성라이온즈, 44명(전체 32.8%)이 대구 출신

대구 고교야구 출신의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다. 드래프트 제도의 도입과 함께 이제는 지역 연고 출신들이 타 구단으로 가는 사례도 많으며, 타 지역 출신들도 삼성 구단에 즐비하다. 1980년대 전체 구단의 50% 이상이 대구 출신이었다면 1990년대 40%대, 2000년대에는 30%대로 보면 된다.

2015년 현재 삼성라이온즈 야구단의 32.8%(전체 136명 중 44명)가 대구 출신이다. 감독, 코치진은 아직도 대구 고교야구 스타급 출신들이 절반 가까이 굳건하게 포진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최고의 명장인 '야통'(야구 대통령) 류중일 감독을 비롯해 김성래 1군 수석코치가 경북고 출신이다. 이밖에도 장태수 퓨처스(2군) 감독이 대건고, 양일환 투수코치와 이종두 타격코치는 상원고 출신이다. 감독, 코치진 전체 26명 중 12명(46.2%)이 대구 고교 출신이다.

1군 주전급 선수로는 경북고 이승엽, 대구고 박석민, 상원고 안지만이 투타에 걸쳐 탄탄하게 버티고 있다. 올해 신인으로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구자욱 선수 역시 대구고 출신이다. 1군 선수 60명 중 대구 고교 출신은 17명(28.3%)이다.

원년 이후 15번째 야구단의 야전사령관을 맡고 있는 류중일 감독은 프로야구 통합 5연패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류 감독은 "대구 출신의 스타플레이어들이 삼성라이온즈 야구단을 이끌어 온 것은 맞지만, 과거에 비해 지금은 이 지역 출신들의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고교야구가 옛 영광에 그치지 않고, 다시 한 번 대구경북민의 사랑을 받도록 인기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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