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자치단체장 치적 과시용 사업 뿌리 뽑아야

포항시가 포스코건설로부터 9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포항시는 전임 박승호 시장 재임 때인 2008년 포스코건설 등과 민관 합작으로 남구 연일읍 학전리 일대에 포항 테크노파크 2단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곳은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처음부터 산업단지를 만들 수 없는 곳이었지만, 포항시는 이를 무시하고 추진했다. 결국, 이 사업은 2013년 7월 대구지방환경청으로부터 불허 통보를 받고 무산됐다. 포스코건설은 사업 착수 당시 손실이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밝혀 분담한다는 협약조건을 근거로 사업 무산이 포항시의 잘못인 만큼 투자손실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투자사도 소송을 준비 중이다.

포항시장이 지역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다. 현행 수도법에는 상수원보호구역 유효거리 10㎞ 내에는 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없지만, 이 산업단지는 상수원보호구역과 3.5㎞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특히 포항시는 사업 추진을 위해 2010년 3월과 2011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었는데, 전체 자본금 300억원 가운데 포항시가 투자한 60억원 등 171억여원을 이미 운영비와 금융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 시작도 못 해보고 거액의 세금과 투자비를 날린 셈이다.

이번 사건은 지방자치단체장의 무리한 욕심이 부른 결과로 처음부터 법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환경청의 불가 통보를 받을 때까지 5년여나 추진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뿐 아니라 당연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자치단체장의 이러한 무리한 정책 추진 사례는 포항시뿐만 아닐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사원은 철저하게 감사해 자치단체장의 무분별한 치적 과시용 사업 추진의 뿌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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