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에 종사하는 최모(44) 씨는 주말인 16일 대구 통신골목의 이동통신 대리점들을 찾았다. 최근 음성'문자 무제한 요금제가 잇따라 출시되자 이번에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로 바꿔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현재 한 이동통신사의 '52 요금제'를 쓰는 그는 매월 인터넷 접속에 드는 데이터는 남아돌고 음성 통화는 주어진 250분을 넘기기 일쑤였다. 최 씨는 "잘 쓰지도 않는 데이터양은 절반으로 주는 대신 월 3만원대에 무제한 음성(무선) 통화를 할 수 있는 요금제로 바꿀 생각"이라고 했다.
◆이통시장, 단말기에서 요금제로 중심 이동
이동통신 시장에서 요금제의 영향력이 부쩍 세지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방문하는 고객의 절반 이상은 요금제를 문의하거나 요금제를 바꾸기 위해서다. 한 이동통신 대리점 관계자는 "과거에는 최신 단말기 출시에 맞춰 새로 개통하려는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에는 자신의 이용 방식에 맞는 요금제로 바꾸려는 사람이 더 많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통계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KT는 이달 8일 선보인 '데이터 선택 요금제'에 가입한 사람이 출시 나흘 만에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 15일 데이터 중심 요금제 13종을 출시한 뒤 전화 문의와 방문이 30% 증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 시장이 차분해지면서 그동안 단말기에 밀려 뒷전이던 요금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무분별한 마케팅 경쟁에서 벗어나 본연의 경쟁 도구인 요금제로 승부하려는 움직임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시장은 SK텔레콤의 가세로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무선통신 부문에서 지배적 사업자이기 때문에 요금제 출시 때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SK텔레콤은 관련 부처와의 협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요금제 발표를 미루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가 절차를 고려할 때 SK텔레콤이 이르면 이달 19일쯤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 사용량 적다면, 요금제 갈아타기 고려해야
'데이터 선택 요금제'에서 가장 유리한 유형은 통화량은 많지만 데이터 사용량은 적은 사람들이다. 직장인 A씨는 업무상 음성 통화량이 많아 KT의 '순완전무한51 요금제'(유'무선 음성통화 무제한, 데이터 5GB)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평소 주어진 데이터의 절반도 쓰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음성통화(무선) 무한, 데이터 1GB가 주어지는 3만4천900원짜리 '데이터 선택 요금제'로 갈아타면 매달 1만6천1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월 5만2천원에 'LTE52 요금제'(음성'영상 250분, 데이터 2.5GB)를 쓰는 직장인 B씨도 매월 데이터는 남고, 통화시간은 부족한 경우다. LG 유플러스의 '데이터 중심 LTE음성자유 요금제' 중 3만8천900원짜리 요금제로 바꾸면 통신비를 월 1만3천100원 아끼면서도 데이터 2GB에 음성통화(무선)'문자를 무한정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 이용량이 많은 소비자라면 신중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음성 무제한 요금제 경우 유'무선 모두 무제한인 데 반해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무선만 무제한인 경우가 있다. 유선전화 통화가 많은 사람에게는 기존 요금제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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