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은 보기 좋은데 더위가 보통 아니네요."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더위'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낮기온이 30℃를 오르내리면서 벽면은 물론 천장까지 유리로 마감된 일부 승강장이 온실효과로 실내 온도가 크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동차가 지상 승강장을 가로질러 통과하는 특성상 에어컨 설치도 불가능해 승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2시 30분 도시철도 3호선 팔거역 승강장. 아직 5월 중순의 날씨였지만 승강장 내부는 열기로 후끈했다.
열차를 기다리는 한 청년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얼굴을 잔뜩 찡그린 10여 명의 시민은 그늘 한 점 없는 승강장에서 손으로 얼굴에 그늘을 만들거나 손부채를 부쳤다. 이곳에서 유일한 그늘인 엘리베이터 문 앞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빼곡히 서 있었다.
조순녀(71) 씨는 "다리가 불편해서 의자에 앉으려 했는데 너무 뜨끈뜨끈해 앉을 수가 없다. 불편하지만 더위를 피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씨는 "보기 좋으라고 유리로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기다리는 승객을 생각했다면 그늘막이라도 하나 만들어줘야 했지 않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팔거역 승강장은 천장과 벽면이 모두 유리로 마감돼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온도계를 이용해 이날 팔거역 승강장 내부 온도를 측정한 결과 32도까지 올라갔다. 같은 시각 팔거역 바로 아래 인도에서 측정한 온도는 28.5도였고 그늘 지역은 27도였다.
지상에서 11m 높은 승강장이 온실효과로 온도가 지상보다 5도나 높았다.
만평역과 원대역 등 천장과 벽면이 유리로 설계된 다른 승강장도 똑같은 상황이다.
이날 만평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이명국(67) 씨는 "30도 정도 날씨에도 이렇게 더운데 한여름에는 더워서 3호선을 이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차라리 나무나 건물 그늘에서 기다릴 수 있는 버스를 타는 게 낫겠다"고 했다.
지상에서 10~15m 높이에 있는 도시철도 3호선 승강장 30곳은 미관과 하중 등을 고려해 대다수 역사들이 벽면은 물론 천장까지 유리를 마감재로 사용했다.
도시철도건설본부가 승강장 유리에 햇빛 투과율을 낮추는 필름을 부착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고 강한 바람이 불지 않는 이상 뜨거워진 공기가 외부로 순환되기도 쉽지 않아 '온실효과'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여름에는 덥지만 겨울에는 따뜻하다는 장점도 있고 유리로 마감을 하면 다양한 형태의 외관을 만들 수 있다"며 "승객들이 더위로 불편을 겪고 있는 만큼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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