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애불상 철거 요구, 정부가 불자 속인 꼴"

낙단보 공사서 훼손 '마애보살좌상' 국토부 약속한 성역화 작업은 커녕…

16일 상주 낙단보
16일 상주 낙단보 '마애보살좌상' 앞. 수자원공사 측의 참배공간 철거 요구에 항의하는 불교 신도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고도현 기자

지난 2010년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낙단보 구간에서 발견된 마애불상과 관련, 당시 국토교통부의 성역화 약속을 믿고 조계종이 설치한 마애불상 참배 공간을 한국수자원공사가 갑자기 철거해줄 것을 요구하자 불교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 16교구 본사 의성 고운사와 말사 스님, 신도 등 400여 명은 16일 상주시와 의성군 경계지점인 낙단보 앞 '마애보살좌상'(경북도 유형문화재 제432호) 앞에서 '마애불 종교차별 불교탄압 규탄 민족문화수호 결의대회'를 열고 국토부 등을 성토했다.

불교계에 따르면 2010년 낙단보 건설현장에서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 마애보살좌상이 발견됐으며 보 시공업체 등의 부주의로 직경 10㎝, 깊이 1m의 구멍이 뚫리는 등 훼손이 됐다.

당시 국토부는 훼손으로 인해 불교계의 반발이 커지자 공식 사과와 함께 마애불 주변 정비 계획을 내놨다. 마애불을 중심으로 전면 25m, 좌측 50m, 우측 70m 구간을 전 국민이 참배할 수 있도록 성역화해준다는 내용이었다. 경상북도 역시 마애불상을 유형문화재로 지정했다.

조계종과 고운사도 정부 조치에 발맞춰 지난해 초 마애불상 앞에 불전함과 기도시설인 임시 법당을 설치, 참배객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조계종은 또 이곳을 마애사로 명명하고 원종 스님을 주지로 보냈다.

하지만 국토부로부터 운영권을 위탁받은 수자원공사 낙단보 관리사무소는 "불전함과 임시 법당이 문화재 형상변경 및 하천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시설"이라며 "국토부로부터 마애불상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며 철거를 요구했다.

신도들은 "당장 국토부에 확인하면 될 일을 수자원공사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당시 이를 뒷받침하는 공문과 언론보도 등이 확인되고 있는데도 수자원공사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정부가 불자들을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을 지켜본 서용환 의성군의원과 김좌열 대구대 교수는 "낙단보 건설을 맡았던 국토부와 관리를 맡고 있는 수자원공사 간의 상호 업무 협조 미비가 이 같은 사태를 부른 것 같다"고 했다.

의성 이희대 기자 hdlee@msnet.co.kr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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