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청년들의 천국, 대구

16일 대구시청년위원회 처음 열려

22일 대구청년포럼도 개최될 예정

젊은이들의 혁신 돌파구 지원해야

지난해 대구에서 1만 명 이상의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250만 인구 마지노선이 무너져 비상이 걸렸다. 2014년 대구에서 유출된 인구의 70~80%는 20, 30대 젊은 층이다. 지방선거 과정에서는 대구시에 청년국을 만들어서 청년층의 이익을 대변하고, 청년문화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선거가 끝나고 일상이 자리 잡자 청년국 얘기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젊은 층들이 빠져나가고 있어 대구가 바뀌려면 돌파구가 필요하다.

대구의 GRDP는 꼴찌다. 그러나 생산 측면의 통계이기 때문에 발생된 소득이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갔는지를 보여주는 분배 측면의 통계와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지역 내에서 발생한 소득에다 지역 외에서 추가된 임금이나 영업이익, 재산소득 등을 합친 대구의 GRI(지역총소득)는 전국 최저인 GRDP보다 훨씬 높다. GRI가 133%대인 서울을 제외하면 대구시가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대구에 알부자가 많다는 얘기도 이런 현상을 뒷받침한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이 대구에 있지는 않지만, 기회비용을 따져서 대구에 남겠다는 청년들도 적지는 않다. 대구 중견 중소기업의 연봉이 서울 대기업보다 훨씬 적지만, 서울 외곽에 자리 잡고, 출퇴근에만 서너 시간씩 투자해야 하는 육체적 피로 혹은 번 돈의 일정 부분을 월세 등으로 감당하고 나면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이 반드시 행복과 직결된다고 볼 수만은 없다. 오히려 값싼 물가와 안전성이 강화된 대구 분위기 그리고 자녀 교육이나 문화생활을 하기에 우수한 인프라 등의 장점을 감안하면 대구에서의 직장생활이 나쁘지만은 않다.

일부 청년들은 대구에서의 직장생활을 루저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는 사실이 대구사회연구소의 조사결과 드러나기도 했는데, 그 좌절감이 연봉 등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새로움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하지 못하거나 아랫사람이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부족한 대구 기득권층의 권위적 분위기도 청년들을 힘들게 하는데 한몫한다. 최근 대구를 뜬 한 직장인은 횡포에 가까운 출장 명령이 원인이라고 했다. 이 기업은 금요일 퇴근 무렵, 다음 주 월요일 회사 대표의 일본 출장에 동행하라면서 쉬어야 할 주말에 준비를 마치라는 식으로 업무명령을 내렸다. 일본어를 능통하게 하는 그 젊은이는 단박에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합리성과 자유로움 그리고 이동성이 강한 젊은이의 트렌드에 맞지 않는 직장 분위기는 대구를 외면하게 하는 한 요인이다.

지난주 토요일 오후, 권영진 대구시장, 이동희 대구시의회 의장,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청년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우골탑(牛骨塔)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심각한 등록금 문제와 주거공간 문제 등을 안고 있는 졸업 유예생인 정홍래 씨가 대구시 청년위원장을 맡았다.

오는 22일에는 대구청년포럼도 열린다. 청년의 이야기를 청년 스스로 풀어낼 대구청년포럼 '작당모의'는 5개의 청년모임(남구도시만들기지원센터, 내 마음은 콩밭, 우리집 협동조합, 인디 053, 커뮤니티와 경제) 등이 공동 주최한다. 이곳에서 발견한 문제들은 오는 6월부터 10주간 집중적으로 열린 '청년학교 in 대구' 등에서 또다시 거론하면서 하우스 쉐어링과 커뮤니티 디자인, 공유적 경제 등도 모색한다.

대구시에 청년위원회 하나 생긴다고 해서, 또 청년포럼 한 번 열린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시작이다. 정홍래 청년위원장을 포함한 30여 명의 대구시 청년위원들이 대구를 떠나가는 청년들의 발길을 잡고, 그 대안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기를 바란다. 대구시는 이런 청년 집단의 움직임을 잘 지원해주고, 혁신적인 정책으로 뒷받침해주는 게 대구를 청년들의 천국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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