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서 기부 확산 고맙습니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지금 여기의 세상은 어둡고 무겁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세상 어딘가가 깊게 병든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시인 이성복은 이미 1980년대에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병든 것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아프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사람이 사라진 곳에는 자본이 그곳을 채운다. 사람임을 가르치는 교육에까지 자본이 침투한다. 이런 풍경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그 질문이 인문 교육이다. '사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인문학,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인문학'이 그것이다. 인문 교육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징검다리를 만들어 사람을 따뜻하게 만들고 그 따뜻함이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인문학 책을 읽고 토론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경연', 학생들이 인문학 책을 읽고 토론하는 '집현전', 소위 멘토들로만 이루어진 인적 구성을 거부하고 정말 평범하지만 감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사람책', 학교 독서 동아리들이 같은 책을 읽고 다음 학교 동아리로 연결하는 '인문학 독서 릴레이', 인문학 관련 책을 읽고 10분 정도 자유롭게 발표하는 '인문학 독서 나눔 한마당' 등으로 정책을 구성했다. 그러한 활동과정을 통해 학교에 다니는 12년 동안 최소한 100권은 읽고 100번은 토론하고 1권의 책은 써 보자는 목표를 정했다.

인문 교육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책이 필요했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책으로 시작해서 책으로 끝나는 것이 인문 교육이다. 아이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인문도서 기부 릴레이' 운동이다.

기대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대구를 벗어난 지역에서도 긍정적인 목소리들이 많이 들려왔다. 이렇게 아름다운 기부 운동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지원해준 매일신문사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감사하고, 후원을 아끼지 않은 NH대구농협에도 고마움을 전한다. 모쪼록 이러한 따뜻한 움직임이 더 큰 파도가 되어, 사람을 다시 생각하는 인문 교육의 마음이 전국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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