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력단절여성' 모십니다… 은행마다 러브콜

고객 많은 시간대 집중 배치, 시간선택제 근무 채용 잇따라

대구 남구에 사는 주부 김정임(가명'43) 씨는 요즘 가슴이 두근거린다. 결혼과 출산으로 10년 전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 된 그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새 일터는 달서구에 있는 농협은행 지점이다. 이곳에서 김 씨는 다음 달부터 고객들을 대상으로 입'출금 업무는 물론 은행 상품 등을 소개하게 된다.

김 씨는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는데 오랜만에 다시 일터로 간다는 생각에 정말 설렌다. 계약직 근무가 끝나면 정규직으로도 갈 수 있어 제2의 삶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금융권이 경단녀 채용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저금리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는 추세지만 업무 효율성 등으로 인해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채용을 늘리고 있다. 경단녀들도 다른 업종보다 비교적 업무 환경이 좋은 금융권을 선호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경단녀들을 대상으로 '시간선택제' 채용을 검토 중이다. 올해 200여 명의 '단시간 근로자'를 모집해 운용해 본 결과, 효율이 높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단시간 근로'의 경우 지정된 근무일자와 시간에만 근무하는 반면 '시간선택제'는 정규직 근로자와 근무일자와 시간이 동일하다. 은행 측은 '단시간 근로자'보다 보수 등을 높여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단, 금융기관 근무 경력이 있는 경단녀들이 모집 대상이다.

대구경북 농협의 경우 올해까지 48명의 경단녀를 모집한다. 6개월 단위로 계약하고, 최대 2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월 평균 20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실적에 따라 정규직 전환의 혜택도 준비했다. 지난 3월에는 실적이 좋은 3명의 경단녀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지난해부터 경단녀를 모집하기 시작한 우리은행은 최근 경단녀 330명을 채용했다. 올해 초 발표한 계획보다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하루 4시간씩 근무하는 '시간제 근로자'로 계약기간은 1년이다.

올해 300명의 경단녀를 뽑기로 한 KB국민은행은 최근 경단녀 중심으로 파트타이머 150명을 뽑았다. 일급제(하루 8시간 근무)와 시간급제(하루 5시간 근무)로 나뉘는데 일급제 계약기간은 10개월이다. 시간급제는 2년이다.

신한은행 역시 경단녀 28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낮 12시부터 4시 30분까지 근무하는 조건으로 연봉 1천800만~1천900만원을 지급한다.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이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초저금리 상황에다 온라인 거래 확대 등으로 기존 직원의 희망퇴직이 많이 늘어난 만큼 대체 수요로 경단녀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하루 4, 5시간가량 고객이 몰리는 시간에 일을 하기 때문에 은행과 경단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이다. 다만, 저임금의 비정규직 일자리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고 업무 연속성 때문에 중요 업무를 맡길 수 없어 입출금 등 간단한 업무만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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