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호텔보다 좋아요."
대학 기숙사가 변신하고 있다. 기숙사 하면 좁은 방안에 2층 침대 여러 개를 넣고 1개 층에 샤워장과 화장실이 하나뿐인 모습이 떠오르기 쉽다. 하지만 새롭게 들어서는 대학 기숙사들은 요즘 세대의 취향에 맞게 1인실에 수납공간과 개인 욕실까지 갖춘 '럭셔리' 형태로 바뀌고 있다. 입주 학생을 배려한 다양한 편의시설도 장점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예전 기숙사가 잠만 자는 공간이었다면 요즘은 휴식과 함께 전공이나 취업 공부를 집중해서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며 "한동안 기숙사 인기가 없었지만 시설이 좋아지면서 입주 경쟁률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1'2인실에 시설은 비즈니스 호텔급.
지난 14일 개관한 대구가톨릭대학교 기숙사인 참인재관. 지하 1층, 지상 15층 규모로 277개에 이르는 전체 방이 1, 2인실로만 구성돼 있다.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요즘 학생들의 취향을 고려해 설계 단계부터 다인실을 없앴기 때문이다. 시설 또한 웬만한 비즈니스호텔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개별욕실이 갖춰져 있고 침대와 옷장. 책장은 물론 넉넉한 수납공간까지 갖추고 있다.
기숙사 내의 부대 공간도 다양하다. 학습실과 피트니스센터를 비롯하여 세미나실, 컴퓨터실 등을 갖추고 있다. 세미나실은 취업 준비를 위해 영어, 상식 등의 스터디 모임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관계자는 "기숙사 내에서 다양한 특강과 모임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규모 강당을 갖추고 10명 내외 기숙사생이 회의하거나 스터디 모임을 할 수 있는 세미나실을 갖췄다. 대학들이 과거에는 다인실을 위주로 짓고 방을 하나라도 더 집어넣으려 애썼지만 최근에는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3년 2월 문을 연 경일대 기숙사인 일청관의 경우는 개별 온돌난방까지 가능하도록 지어졌다. 2009년 문을 연 경북대의 첨성관도 매점과 헬스실, 휴게실 등의 편의시설은 물론 개별 냉'난방 시설을 설치했다.
대가대 참인재관 경우 올해 1인실 경쟁률이 8대 1 수준이었다. 대학 기숙사의 평균 입주 경쟁률(2대 1)보다 3, 4배나 높은 수준이다.
참인재관의 1인실을 이용하는 김다현(21) 씨는 "혼자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는 게 1인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주방시설이 없는 걸 제외하면 학교 외부의 원룸과 다름없지만 침대나 책상, 수납가구 등이 다 갖춰져 있는데다 비용도 훨씬 저렴해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 침체로 기숙사 인기 더욱 높아져
대학마다 기숙사 생활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기숙사 입주가 취업만큼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다. 대구권 대학 기숙사 중 규모가 가장 큰 곳도 전체 정원의 20%대 정도만 수용할 수 있다.
기숙사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저렴한 생활비다. 한 달 기숙사비가 30만원 선으로 학교 인근 원룸에서 자취를 하는 것보다 생활비를 10~20만원 아낄 수 있다. 기숙사에서 지내면 강의실까지 이동하는 데 드는 시간도 절약되는 것은 물론, 기숙사 식당에서 싼 가격으로 영양가 높은 식사를 할 수 있다.
대학들도 기숙사 입주 학생들의 먹거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일대는 2년 전부터 자율식을 도입해 기숙사생들이 식사 메뉴를 선택하는 폭을 넓혔다. 일반적으로 기숙사생들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메뉴로 식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원하는 시간대에 기숙사 식당뿐 아니라 교내 전체 식당 어디서든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방식을 바꾸었다. 기숙사 출입카드에 전자 지불 기능을 넣어 식사 값을 충전식으로 계산하면서 당일 사용하지 못한 금액은 일주일 안의 범위에서 이월할 수도 있다.
경일대 관계자는 "끼니마다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10가지가 넘고 가까운 곳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전날 밤 과제나 시험공부로 늦게 잠든 학생이나 입맛이 까다로운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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