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다섯 살 때 오래 기다릴 수 있는 아이는 청소년이 됐을 때 학업 능력과 사회적 기술, 언어구사 능력이 뛰어나고, 이성적이고, 주의 깊고, 계획성이 있고, 분노와 스트레스를 다스릴 줄 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실험의 하나인 1966년 미국 스탠퍼드대 월터 미셸 교수의 '마시멜로 시험'의 결론이다. 4∼6세 어린이들에게 마시멜로나 쿠키를 주면서 지금 먹지 않고 15분 뒤에 먹으면 두 개를 준다고 한 뒤 반응을 지켜본 이 실험에서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낸 아동은 훗날 학업성취도, 대학진학률, 인간관계, 체질량지수(BMI) 등 여러 면에서 유혹에 넘어간 아이들보다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생의 성공 여부는 결국 '만족 충동 지연'에 달렸다는 것인데 이러한 발견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차원에도 적용할 수 있다. 국가적 차원의 '마시멜로 유혹 이겨내기'에 성공하느냐에 국가 경제의 건전성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탄탄한 경제기반을 자랑하는 국가는 예외 없이 단기적인 고통을 감내하며 장기적인 성과를 지향했다. 2000년대 초 '유럽의 병자'에서 뼈를 깎는 노동'복지'재정 개혁을 통해 10년 만에 '유럽의 우등생'으로 변신한 독일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단기적 단물 빨아먹기에 급급했던 국가는 대부분 경제파탄을 맞았다. 아르헨티나와 그리스가 이를 잘 보여준다.
두 나라가 몰락한 원인은 포퓰리즘이다. 정치인은 퍼주겠다고 했고 국민은 더 퍼달라고 했다. 국가 경제가 부도에 몰려도 '고통분담'이나 '내핍' 따위는 정치인도 국민도 안중에 없다. 그리스의 경우 15년만 일하고 회사를 그만둬도 은퇴 전 월급의 95%를 연금으로 준다. '화수분'이 아닌 이상 국가 경제가 견뎌낼 수가 없다.
아르헨티나와 그리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두 나라는 극단적인 예일 뿐이다. 국가는, 더 정확히는 대중 민주주의 국가는 평균적으로 포퓰리즘의 유혹에 약하다. 선출직 정치인에게 최대 관심사는 국가의 장기적 발전이 아니라 국민에게 인기를 얻는 일이다. 그것이 다음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야합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맹탕 개혁'으로 후퇴시킨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맹탕 개혁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여야는 공무원들에게 서로 자기의 공이라며 표를 달라고 할 것이다. 그리스를 비웃을 처지가 아니다. 우리가 그리스를 닮아가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