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연예계 폭행시비 '유명세'희생양?

'알려진 사람'이 죄?… 사건만 터지면 시비 가리기보다 여론 뭇매

2008년 4월 노인 폭행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른 최민수.
2008년 4월 노인 폭행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른 최민수.
황철순
황철순
하정우
하정우

'유명세'라는 말이 있다. 얼굴이나 이름이 널리 알려진 만큼 그에 따라오는 불편함을 일컫는 단어다. 유명인의 범주에 속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중 연예인이 치러야 할 유명세는 특히나 가혹하다. 물론 이미지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예인이 대중의 가벼운 '안줏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래서 연예인들은 사소한 시비에도 큰 화를 당하고 희생양으로 전락하곤 한다. 연예계에 일어난 각종 시비, 그리고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연예인들의 다양한 케이스를 살펴봤다.

◆트레이너 황철순, 격투 최홍만 시비 연루

지난 19일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징을 치며 코너의 시작과 끝을 알리며 '징맨'이란 별명을 얻은 스포츠 트레이너 황철순이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루 앞서 18일 종편 채널A가 보도한 자신의 폭행사건에 대해 불만 섞인 글이었다. 채널A는 "황철순이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옆자리에 있던 30대 박모 씨 일행과 시비가 붙었고 박 씨는 황철순에게 맞아 눈 주위 뼈가 함몰되면서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고 알렸으며, 이에 황철순은 "앞뒤 정황 없이 일방적인 주장만 보도한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황철순이 올린 글에 따르면, 당시 길에서 차 한 대가 황철순의 허벅지를 쳤다. 그리고는 차 안에서 한 여자가 술에 취한 채 내려 오히려 욕을 하기 시작했다. 말다툼이 이어지던 중 차에서 다시 남자 한 명이 내리더니 주먹질을 했고 황철순이 이를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여자가 휴대전화기로 황철순의 머리를 내리쳤고, 황철순은 심하게 저항하는 남자를 두 대 때렸다. 이후 상해를 입힌 부분에 대해 병원으로 찾아가 무릎까지 꿇으며 사과했다. 욕을 먹고 1천만원에 합의를 시도했지만, 도리어 상대방은 "알려진 사람이 왜 그랬냐"며 5천만원을 요구했다.

일단 황철순은 "상대방이 내가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란 사실을 악용하려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한 "7년 동안 내 돈 들여 대회 준비하고 혼자 국제대회 다니며 세계 챔피언이 돼 한국을 알렸는데 막상 자국에선 좋은 소리를 못 들었다. 심지어 이런 사건이 터질 때에만 방송인 또는 공인이란 타이틀로 불린다. 이런 식이라면 더 이상 방송인, 공인 이런 거 안 하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확한 사실 여부는 조사를 거쳐야 알 수 있겠지만 어쨌든 황철순 본인도 억울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황철순의 주장이 맞다면 이번 사건 역시 '알려진 사람'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한 케이스, 또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로 희생양이 나온 예로 남게 된다.

이런 경우는 연예계에 흔하다. 최홍만도 2011년 방송활동을 왕성하게 하던 당시 자신의 술집에서 여자 손님과의 폭행 시비에 휘말렸다. 당시 상대방 여자의 증언을 토대로 '최홍만이 주먹으로 여자 손님의 얼굴을 가격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일파만파됐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최홍만은 '격투기 선수인 내가 진짜로 때렸다면 상대가 그렇게 멀쩡하겠냐. 내가 한 말 중 거짓이 있다면 운동의 길을 접겠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리며 격분했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의 목격자들이 속속 나타났다. 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린 글이 확산됐고, 사건 발생 당시 여자 손님이 만취해 심한 주사를 부리고 있었으며 이를 말리려고 나선 최홍만이 말다툼 끝에 화가 나서 밀친 게 전부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민수, 언론 보도경쟁 대표적 사례

폭행사건에 연루돼 유명세를 치른 대표적인 예로 최민수를 빼놓을 수 없다. 워낙 인지도가 높은 스타인 데다 당시 쌓여 있던 '부담스러운 허세' 이미지 때문에 수세에 몰렸다. 언론뿐 아니라 여론도 최민수의 반대편에 섰다. 일명 '최민수 노인 폭행사건'이 알려진 건 2008년 4월이다. 최민수가 차량정체가 심한 이태원의 도로 한복판에서 노인을 폭행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결국 기사화됐다. 사건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도로 위 차량정체가 심해 차에서 내린 최민수 앞에 견인차 한 대, 그리고 그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몇몇 사람들과 나중에 피해자로 부각된 한 노인이 있었다. 이 노인이 외제 차량의 견인을 막고 있었고, 이 때문에 차량정체가 심해졌던 것. 이를 본 최민수가 차량 견인을 도와 도로를 뚫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노인과 몸싸움이 붙었다. 먼저 노인이 최민수의 멱살을 잡고 셔츠 단추를 뜯어내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다. 이때 최민수도 밀치는 정도의 액션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두 사람은 주차장 사무실 안에서 언성을 높였고, 외제차의 견인이 완료된 후 최민수는 자리를 떠났다. 이때 노인이 신고를 했다. 그리고 최민수의 차가 움직이다 신호를 받고 멈춘 걸 본 후 달려가 보닛에 매달렸다. 최민수는 이 노인을 보닛 위에 올린 채 몇 미터를 더 가 갓길에 세운 후 다시 실랑이를 벌였다. 이후 지구대로 이동한 두 사람은 계속된 말다툼 끝에 합의 과정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상황을 지켜본 시민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져 나갔고 결국 기사화됐다. 심지어 한 온라인 매체는 최민수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최민수가 교통체증에 짜증을 내며 주변을 향해 심하게 욕을 퍼부었고 노인을 폭행했다'고 보도했다. 또 '최민수가 노인을 차에 매단 채 200~300m를 달렸으며 그래도 노인이 떨어지지 않자 칼을 꺼내 위협했다'는 내용까지 내보냈다. 제보의 출처는 '경찰에 따르면'이었다. 이후 최민수는 '공공의 적'으로 내몰렸다. 노인 역시 과장된 증언으로 최민수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한 사람을 일방적인 가해자로 몰아세우며 화제 몰이를 하던 언론의 기세가 수그러든 후에야 조금씩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최민수는 칼을 휘두르지 않았고 노인을 군홧발로 밟거나 걷어차지 않았다. 화를 참지 못해 소리를 질렀을 뿐이다. 이에 최민수 본인이 사과했다. 그리고 검찰에서도 최민수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경찰이나 검찰에서도 '별 대단한 건이 아니다'라고 생각할 만한 내용이다. 피의자로 지목된 이가 최민수였기에 주목받았고 부풀려졌을 뿐이다.

2011년 한예슬도 억울하게 뺑소니 혐의로 입건됐다. 자신의 집 주차장으로 들어서다 사이드미러로 30대 남자의 엉덩이를 치고 지나가는 사고를 냈던 게 문제가 됐다. 살짝 치고 지나가는 수준이었지만 이 남자는 자동차의 주인이 한예슬인 걸 확인하고 뒤로 넘어져 고통을 호소했다. 그리고는 겁이 나서 차에서 내리지 못한 한예슬을 뺑소니 혐의로 신고했다. 당시 이 남자는 한예슬 소속사 측에 높은 액수의 합의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CCTV 정밀조사 등의 단계를 거쳐 무혐의 처리됐다.

어지간하면 억울해도 참는 게 유명인에겐 득이 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간혹 발견된다. 하정우가 그런 케이스다. 2012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에서 지나가던 차에 허벅지 부분을 치인 하정우는 사과도 하지 않고 달아난 자동차를 끝까지 추격해 결국 잡아냈다. 멈춰선 자동차 앞에서 내리라며 소리를 지르고 가지고 있던 우산으로 차를 내리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경찰까지 와 하정우를 '난동부리는 사람'으로 오인했다. 다행히 경찰조사에서 해당 자동차의 주인이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화를 참지 않고 터트렸다가 음주 뺑소니범을 검거해 화제가 된 특이한 경우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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