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발성경화증 제대로 알기

매년 5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은 '세계 다발성경화증의 날'이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60여 개국의 다발성경화증 환우회들이 모여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높이고,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올해는 27일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 병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회적 관심과 이해가 반드시 필요한 질환이다. 치료 비용이 뇌졸중의 20배, 알츠하이머 치매의 4배 이상으로 개인적'사회적 부담이 큰 병이기 때문이다.

다발성경화증은 뇌와 척수, 시신경 등 중추신경 곳곳에 염증이 생기면서 신경계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다발성경화증이 무서운 이유는 '다발성'과 '장애로 남는 후유증' 탓이다. 환자의 80%는 반복적인 재발과 완화를 경험하고, 잦은 재발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장애가 남는다. 또한 병이 진행될수록 신경세포가 계속 죽기 때문에 사지 마비와 보행 장애, 시력 소실, 인지기능 저하 등 중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 따라서 재발을 줄이고 신경세포의 손상을 막기 위해 발병 초기부터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다발성경화증은 아직 완치를 위한 치료법이 없다. 현재는 염증을 줄여 재발을 막고 병의 진행을 느리게 하기 위한 '질병완화치료'를 하게 된다.

최근에는 질환치료 역사에 새로운 전기가 열렸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효과적인 치료제가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5년이 넘게 비슷한 성분의 두 가지 주사제만이 유일한 치료제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다른 종류의 주사제 2가지와 경구치료제도 국내에서 처방이 가능해졌다.

주사제는 주기적으로 환자 스스로가 주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크다. 주사 통증이나 주사 자국이 남고 번거로우며 보관이 쉽지 않다. 주사제로 치료 중이라도 투약 불편으로 인한 약물치료 순응도의 저하를 막기 위해 먹는 경구제로 변경이 가능해졌고, 치료 반응이 부족한 환자도 작용기전이 다른 약으로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의학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다발성경화증은 질환에 대한 정보가 의사들 사이에서도 많지 않고 증상이 다양하다. 이 때문에 발병 초기에 정확히 진단을 받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복되는 재발과 지속적인 신경계 퇴행을 막기 위해서는 초기에 발견, 여러 가지 약들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질병완화치료를 통해 충분히 재발과 장애도 줄일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 다발성경화증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다발성경화증을 진단받은 환자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희망을 갖고 치료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민수/영남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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