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희령 '나는 모르는 일이오'전 …봉산문화회관서 내달 28일까지

매트리스 두드릴 때마다 드러나는 '검은 마음'

홍희령 작
홍희령 작 '나는 모르는 일이오'

홍희령의 '나는 모르는 일이오' 전이 6월 28일(일)까지 봉산문화회관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봉산문화회관 기획 '2015 유리상자-아트스타' 전시공모 선정작 중 두 번째 전시인 '나는 모르는 일이오' 전은 최근 정치상황을 소재로 하고 있다. 모기업 회장 주머니에서 발견된 불법 정치자금 리스트에 오른 몇몇 고위정치인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1원이라도 받았으면 정치를 그만두겠다"며 얼굴색 변화 없이 외치는 장면이 연상되는 설치작품이다.

작품은 4면이 유리벽 안 천장에 매달린 3m 길이의 쇠로 만든 거대한 구슬봉이 하얀 매트리스를 일정한 간격으로 사정없이 내리친다. 구슬봉이 내리칠 때마다 매트리스엔 매 맞은 흔적이 묻어난다. 구슬봉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계속 두들기면 하얀 매트리스 속에 든 시커먼 가루들이 바닥에 떨어진다.

근엄하게 혐의 사실을 딱 잡아떼던 정치인들의 시커먼 속내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작업은 홍 작가가 감지한 어느 한순간을 자신의 방식으로 조형하고 은유해 해석한 낯선 놀이다. 처음엔 하얀 매트리스에 흔적만 남기다가 또 내리치면 속에 든 시커먼 가루가 떨어진다. '난 모르오' 하다가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 결국 실토하게 하는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이번 설치작업은 은유적이고 상징적이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응징에 대한 대리만족이다. 큼직한 쇠구슬 봉에 맞아 바닥에 떨어지는 검은 가루는 검은 마음(黑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무엇을 털어낸다'는 것일까? 해석은 관람자의 몫이다.

홍 작가는 '털어내다'는 것에 대해 "완벽한 해결방법이 아닌 임시방편 처리법"이라고 말한다. 정부의 부정부패 처리방법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작품은 정치인과 경제인의 유착은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으며, 그저 잠시 대중적인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임시방편적인 이벤트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번 전시는 홍 작가가 영국 첼시예술학교 대학원 과정 졸업 후 귀국해 여는 첫 전시회이다.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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