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일조시간이 지난 2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조시간이란 태양의 직사광선이 지표면에 닿는 시간으로, 기상청은 전국 20개 지점에서 일정량(0.12㎾/㎡) 이상의 태양열이 지표면에 도달하는 시간을 집계해 일조시간을 계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로 변화된 대기 환경을 꼽는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에 비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날이 많아졌고 생성되는 구름의 모양이나 양도 일조시간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본지 20일 자 1면 보도) 전문가들은 대구의 경우 분지라는 지형적 특성도 일조시간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장단점…태양광 발전 반짝, 폭염 열대야 진땀
일조시간 증가는 신체 호르몬 분비 등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농업, 신재생 에너지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몸은 햇볕을 쬐게 되면 우울증을 예방하고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풍부한 일조시간은 농작물의 생장에도 일교차, 토양 성분, 강수량 등과 함께 필수 조건이다. 농업 현장에서 LED, 형광등 등을 이용해 인공 햇빛을 만드는 농업기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인공적으로 조성한 빛은 어디까지나 자연 햇빛을 보완해주는 역할에 그치기 때문이다.
특히 일조시간이 길수록 발전 효율이 증가하는 태양광 에너지 산업에서 일조시간 증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유상근 대리는 "도심 고층건물이나 지표면에서 반사되는 태양광, 태양이 지표면으로 내리쬐는 각도(일사각) 등 태양광 발전 효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많지만 낮 동안 해가 비추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태양광 발전 효율이 좋아진다"고 했다.
한편 일조시간 증가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일조시간이 길어지면 도심 기온도 함께 올라가는 경향을 띠는데 이 경우 기온 상승으로 인한 부작용도 적잖다. 태양광 발전기기의 경우 고온이 장시간 지속되는 날에는 기기 성능에 지장을 줘 오히려 발전 효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날이 지속되면 농작물 생장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주게 돼 과일, 채소 등을 재배하는 농가들은 일조시간 증가가 좋은 일인 것만은 아니다.
이한병 대구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농작물의 맛이나 생장에는 적절한 일조시간도 중요하지만 낮에는 기온이 높고 밤에는 기온이 많이 떨어져 일교차가 커야 농작물의 상품 가치가 올라간다"며 "기온이 높은 환경에서 오랫동안 자란 과일 등은 당도나 전분이 떨어져 맛이 없고 크기만 커져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고 했다.
특히 각종 인공시설물, 자동차 통행 증가 등으로 인공열이 방출되면서 도심의 기온이 교외 지역보다 높아지는 도시열섬현상도 일조시간 증가와 함께 우려되는 점 가운데 하나다.
김 교수는 "최근 지구온난화로 도시열섬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데다 일조시간까지 증가하면 평균 기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분지 지형인 대구의 경우 평균기온이 올라가게 되면 타지역에 비해 여름철 폭염, 열대야 등이 더욱 심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허현정 기자
◆원인…지구온난화 가속, 분지 특성도 한몫
전문가들은 일조시간이 길어진 가장 큰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꼽는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조금씩 증가하면서 점차 한반도의 강수 형태와 구름의 모양, 구름 생성량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한 번에 내리는 '폭우형 강수'가 증가했다. 즉 강수량은 증가한 반면 강수일수는 줄어든 것이다.
국립기상연구소가 2011년 발간한 '대구경북의 기후변화'에 따르면 지난 101년(1909~2009년)간 대구의 연평균 강수량은 10년마다 11.2㎜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 10년(2000~2009년)간 연평균 강수일수는 95.5일로 처음 10년 기간(1909~1918년) 동안 연평균 강수량 96.2일에 비해 0.7일이 줄어들었다.
지구온난화는 강수 형태뿐만 아니라 구름의 생성 모양과 양에도 영향을 준다.
기온이 지표면과 해수면의 온도에 변화를 일으켜 대기 불안 정도가 높아지면 생성되는 구름 가운데 층운(평평한 모양으로 발달한 구름)보다 상승기류가 강하게 일어날 때 만들어지는 적운(수직으로 발달한 구름)이 많이 만들어진다. 평평한 구름보다 뾰족한 모양의 구름이 많아지면서 자연히 지표면에 도달하는 직사광선의 양도 함께 늘게 되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구름의 양도 줄어들어 태양에서 나온 직사광선이 구름에 막히지 않고 지표면에 닿기 쉬웠을 것으로 추정한다.
국립과학기상연구원이 2011년 부산의 운량(하늘을 덮고 있는 구름양의 비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4년(1905~2008년)간 대기 중 구름은 10년마다 0.5%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처음 10년(1905~1914년)과 마지막 10년(1999~2008년)의 연평균 운량은 49.1%에서 46%로 3.1%포인트 감소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강수량은 증가하고 있는데 구름의 양이 감소하는 것은 강수일수가 줄어드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며 "구름의 양이 점차 줄어들면 그만큼 태양에서 나온 직사광선이 방해물 없이 지표면에 닿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며 대구에서 100㎞가량 떨어진 부산의 결과를 대구에 적용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특히 대구의 연평균 일조시간이 전국 평균을 웃도는 이유는 분지라는 지형적 특성도 함께 영향을 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 교수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안쪽은 해가 떠 있는 낮 동안 산에서 내려오는 하강기류가 형성되기 쉽다"며 "하강기류가 형성되는 지역은 일반적으로 화창한 날씨를 보이는데 이 때문에 대구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 많아져 다른 지역보다 일조시간이 길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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