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노하라 시게아키 지음/이근아 옮김/문학사상 펴냄
1911년 태어난 히노하라는 '104세 청년'으로 불린다. 100세가 넘도록 장수했다는 것도 관심거리지만, 더 큰 매력은 지금도 그의 일과는 여느 청년보다 바쁘고 활기차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의사와 간호사, 직원만도 2천여 명에 이르는 일본 최대 규모 병원의 운영자이자 현역 의사이면서, 해마다 수백 회의 강연을 소화하며 세계를 누비는 강연자이기도 하다. 심지어 일주일에 한 번은 밤샘을 해가며 책을 쓴다.
이런 그가 건강과 장수 비결을 담은 이 책을 썼다. 당연히 노후의 식생활이나 건강법에 대한 시시콜콜한 지시사항으로 가득 찬 기존의 건강서적과는 차원이 다르다.
"건강한 의사는 병다운 병에 걸린 적이 없기 때문에 아픈 사람들의 마음이 잘 이해되지 않아서, 환자에게 주의점을 알려줄 때는 구체성이 결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칠십 년이나 되는 임상 경험이 있고 스스로도 큰 병을 앓은 적이 있기 때문에, 본인의 입으로 말하기는 뭣하지만 누가 봐도 알기 쉽게 지도를 해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의사로서의 풍부한 경험과 몸으로 직접 겪은 체험이 남다름의 원천인 셈이다. 실제로 저자는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신장염에 걸려 1년간 휴학하고 치료를 해야 할 정도로 약골이었다. 의과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폐결핵을 앓기도 했다. 당시는 항생물질이 발견되기 이전이어서 폐결핵 환자의 생존율은 10% 미만이었다. 1년 동안 열심히 요양생활을 계속하여 살아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런데 그 요양기간에 매일 책 한 권을 독파할 정도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철학, 예술, 의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 박학다식한 만물박사가 될 수 있었다.
이 같은 배경 덕분에 이 책 속에는 물론 여러 가지 질병과 우리 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또 각종 위험 질병에 대한 예방법이나 치료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코 '의학적 기술'에 집중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활 습관과 행복감을 느끼는 자세와 몸에 맞는 운동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질병을 바라보도록 권유하고 있다. 그리고 104세인 지금도 목표를 설정하고 매진하는 열정과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기쁨이 자신의 건강 유지 비결이라고 자신 있게 밝힌다. 100세 이후에도 하루하루를 변함없이 즐겁고 활기차게 사는 히노하라식 삶의 태도를 통해 우리는 '영원한 청춘'의 의미와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삶의 태도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데 히노하라는 '건강은 오래 살기 위해 지키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노인으로서 이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일본에서는 75세 이상을 후기 고령자로 부르고 있지만, 이는 적합하지 않은 명칭이라는 것. 사실 75세를 넘기면서 진정한 인생, 진정한 자신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 이전까지 인생은 예비인생일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축구는 후반전이 더 재미있습니다. 야구도 8회부터가 진짜 승부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나는 강조하고 싶습니다. 나는 결핵에도 걸렸고 전쟁과 가난한 생활도 경험했습니다. 요도호 납치 사건 때는 나흘 동안이나 감금당해 심각한 죽음의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난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참고 견디며 버텨나가다 보면 내 안에 구원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것은 때로는 철학자나 시인의 말이기도 하고 때로는 성서의 한 구절이기도 합니다. 아침에 '나는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일어나고 밤에는 '오늘도 좋은 하루였다'고 생각하며 잠드는 것도 이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04년의 인생 경험과 70년의 임상 경험으로 얻은 병의 인식 방법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은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204쪽, 1만3천800원.
석민 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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