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프 / 제프 시나바거 지음/ 이지혜 옮김/ 옐로브릭 펴냄
소비 중독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더 많이 소비하지 못해 공허함을 느낀다. 도대체 어느 정도면 충분한 것일까?
연말 선물 쇼핑에 1천600달러를 쓴 저자는 어마마한 카드 청구서를 받고 고민에 빠진다. 몇 달간 허리띠를 졸라매야겠다고 생각하다 한 달 동안 먹거리를 사지 않기로 결심한다. 냉장고, 냉동실, 주방 찬장을 샅샅이 뒤져 남아있는 재료만으로 연명하는 음식 발굴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냉동실에는 각종 고기와 빵, 있는지도 몰랐던 냉동식품들이 나왔고, 찬장에서는 국수, 통조림, 팬케이크 믹스들이 구석구석 쌓여 있었다. 저자는 이런 음식물들을 찾아 하나씩 해치웠다. 애초에 한 달을 계획한 실험이었지만 저자는 집에 남아있는 음식물만으로 모두 7주 동안 147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소유의 적정선을 정하고 그보다 넘치는 것을 이웃에게 흘려보내며 더욱 충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옷장에 있는 모든 옷을 한 번만 입고 며칠을 버틸 수 있는지 실험한 뒤 옷이라는 자기만족에서 자유로워진 젊은 여자, 걸어서 직장에 출근하는 실험을 시작한 간호사, 분주한 일상에 지쳐 스스로 일주일에 한 번으로 외출금지령을 내리고 '충분한 시간'을 탐색하는 사람 등 불필요하게 남는 것을 포기하고 자유로운 충분함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삶임을 보여주는 체험담들이다.
소비주의와 공동체의 관계에 대해 진정성 있는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풍요로운 삶이란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행동하느냐의 문제임을 알려주고 있다. 324쪽, 1만3천원.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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